매일신문

"대통령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가"

열린우리당 전체 의원을 초청한 청와대 만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대연정과 관련, 한 술 더 뜬 '고단위 항생제'를 처방했다. 여당 의원연찬회에서의 거센 비판을 미리 보고 받고, 145개의 입과 290개의 눈을 이길 수 있는 승부수를 준비했던 모양이다. 결과는 평행선이었다. '통째로'발언과 관련, "직언불사(直言不辭)" 흥분했던 의원들은 대통령의 '2선 후퇴'임기 단축 불사'의 초강수에 주눅 든 분위기였다. '그대~앞에만 서면'이 아니라 '대통령 앞에만 서면'모두가 작아져 버린 것이다.

그래도 뭔가 답(答)이 보이리라 기대했던 우리는 오히려 당과 청와대 간 갈등의 심화를 읽고, 향후 정국과 국민에게 미칠 파장을 우려한다. 사실 열린우리당은 어제 연찬회 결의문을 "연정 문제를 선거 제도 개편 문제로 대체하고 민생에 주력한다"는 죽도 밥도 아닌 문구로 땜질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나의 제안은 내 정치 인생의 총정리 판"이라며 지역 구도 해소와 조기 퇴진의 맞교환도 가능하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대화는 일방 통행이 된 셈이다.

본란은 그래서 걱정스럽다. 지역 구도고 뭐고 당장 경제가 발등의 불이라는 민심과, 자기 정치 인생 총정리판의 결실을 위해 민심도 거역할 수 있다는 노 대통령 사이에서 집권 여당 145명의 의원들이 어째 민심 편에 설 것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노 대통령이 8'15 경축사와 언론계 및 집권당 식구들과의 잇단 간담회의 속뜻이 '대연정 불지피기'에 있었음이 확연해 보인다. 연정의 '연(聯)'자(字)는 입도 떼지 않고 선거 제도 개편 문제를 별개로 공론화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속셈도 목표는 같다. 결국 한나라당이 벙어리 노릇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이니 정기 국회는 또 한판 전쟁을 예고한다. 딱하다. 145명이 '자갈치 아줌마' 보다도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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