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토요 휴무

주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금요일 오후면 고속도로와 국도는 붐비기 시작하고, 토요일 도심은 한산하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장인에게 토요일 휴무는 즐거운 일이다. 넥타이를 풀고 들과 산을 찾는다. 늘어난 휴일을 겨냥한 틈새 산업이 생겨난다. 주말이면 대형 병원은 병동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대신 중소 병원은 토요일도 평일같이, 일요일은 반나절 진료를 하는 생존전략을 짠다.

◇ 토요일 휴무가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인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노는 날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는 공허하다. 우리 나라 공휴일은 외국보다 많다. 그러나 외국은 법정 공휴일을 100% 쉰다. 주말이나 휴일과 겹치면 다음날 월요일이 유급 공휴일이다. 연간 10일의 공휴일을 지정한 미국은 아예 추수감사절은 11월 넷째 목요일 등으로 주말과 겹치지 않는다. 2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까지 주5일제가 실시되려면 아직 6년 뒤의 일이다. 이들에게 공휴일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혜택도 보기 전에 희생을 감수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 공공 시설의 토요 휴무는 소외계층에겐 불편하다. 재활 치료를 받는 장애인들은 큰 불편을 겪는다. 낮에 재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이용 시설의 주5일제로 토요일 치료는 정말 문제다. 장애인이나 소외 계층이 이용하는 주간 보호 시설 일부도 주5일제가 실시된다.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생계를 이어가는 영세 서민의 장애아 자녀는 맡아 줄 곳이 없다. 교도관들의 주5일제 근무는 옥에 갇힌 가족을 찾는 주말 면회객의 발길을 막는다.

◇ 평일에만 실시하던 예비군 훈련을 앞으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방부는 대구와 전주 두 지역 예비군을 대상으로 내일부터 두 달 동안 휴일 훈련제를 시범 실시한 뒤 반응을 봐 내년부터 전면 확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평일에만 실시되는 훈련이 생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방부가 사전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상당수 예비군이 휴일 훈련제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 늘어난 공휴일이 국민의 삶을 여유 있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선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휴일을 활용할 공적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공공기관의 토요 휴무가 서민들을 불편하게 한다면 토요 휴무의 의미는 축소된다. 그 허점의 방치는 소외계층의 불만을 방치하는 일이 아닐까.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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