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돌아오지 않는...

연전에 영국의 BBC가 영국민 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 '죽기 전에 해야 할 50가지'는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대답들이 참 기발하고도 유쾌하다. 북극곰 보러가기,야생 호랑이 보기, 우주 탐사, 상어와의 다이빙,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하기''''. 오락적인 것에서부터 유적지 방문, 대자연 속에서의 모험심을 키우는 일 등 다양하다. 그중 영국인들이 죽기 전에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은 의외에도 '돌고래와 수영하기'였다. 동심이 묻어나는 소박한 꿈이다.

인터넷 영화 '나 없는 나의 삶'에는 말기암을 앓는 주인공이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10가지'를 수첩에 적는다. 딸들에게 사랑한다고 매일 여러 번씩 말해주기, 남편에게 조신한 신붓감 구해주기, 담배와 술을 맘껏 즐겨보기, 인조손톱 끼워보기'''.

만약 우리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런 조사를 한다면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 재미있는 대답들도 있겠지만 혹 이런 것은 나오지 않으려나 . 로또 당첨, 통장에 100억 만들기, 북한의 노른자위 땅 사두기, 금강산을 정원으로 고층 아파트 짓기'''.

보험금을 노려 아내와 어린 세 아들을 살해한 비정의 30대 가장이 구속됐다. 아무리 돈에 눈이 뒤집혔다 해도 이럴 수가 있나. 가족이 마시는 보리차에 극약을 타고, 물을 안 마시려는 막내의 목을 조르고, 집에 불을 지르고, 꺼억 꺼억 거짓통곡을 한 것 등 모두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1954)'은 마릴린 먼로가 저음으로 부르는 노래가 특히 인상적이다. 화가 이중섭은 제목에 반해 '돌아오지 않는 강' '돌아오지 않는 강'을 자꾸만 되풀이해 중얼거렸다 한다. 같은 제목을 그림도 그렸다. 현해탄 너머 아내 남덕에 대한 그리움과 절망감, 자신의 짧은 명줄에 대한 암시가 제목에 녹아들어 있다.

사노라면 때때로 소중한 것들을 잃게도 된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하나, 잊지 말아야 할건 한순간의 선택으로 소중한 것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우(愚)는 결코 범치 말아야 할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 건 비단 강물 뿐만이 아니므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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