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지역에 IT산업은 없다

21세기를 앞둔 10여 년 동안 세계는 정보통신 혁명 등과 맞물려 경제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인터넷과 닷컴기업의 열풍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 후반의 한국경제도 마찬가지였다.

21세기는 '기술주도형 사회' '혁신주도형 사회'로 나아가고 있으며 불황에 허덕이는 한국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길은 첨단IT산업과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정보화촉진기본법 제정으로 IT산업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고, 무궁화위성 1호 발사를 성공시켜 독자적인 위성통신시대를 열었다. 1996년에는 세계 최초로 CDMA방식의 이동전화 상용서비스를 개시하여 애니콜 같은 세계적인 명품을 탄생시켰고, 1998년에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도입하여 세계 최고의 인터넷 문화를 꽃피웠다. 2001년에는 디지털방송을 개시하여 디지털 방송/TV산업을 선도했다. 2002년에는 전자정부 출범을, 2004년에는 IT839전략 수립과 세계 최초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시제품 개발을 , 2005년에는 위성 DMB라 불리는 이동멀티미디어방송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제 한국 IT산업의 성공신화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국 IT산업 생산액은 1994년 34조1천억 원에서 2004년 240조5천억 원으로 초고속 성장했고 수출액은 같은 기간 동안 202억 달러에서 747억 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1%에서 30%로 늘어났다. 올 상반기는 다소 주춤했지만 2007년에는 생산 400조 원, 고용 1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IT산업의 생산액이나 수출 비중은 앞으로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역의 IT산업은 전통 산업과의 연계, 협력네트워크 기반, 첨단선도기업 유치를 위한 차별화한 인센티브 정책수립 등의 미흡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 중앙의존적인 획일적 정책 탓이다. 대구의 경우 정보통신기업의 평균 생산액은 26억여 원으로 전국평균 87억여 원의 30.3% 수준으로 7개 대도시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종업원 수 역시 전국 평균의 51.8% 수준에 불과하다. 경북은 대구보다 형편이 낫지만 구미를 중심으로 한 IT산업은 냉정히 얘기하자면 대기업의 생산공장과 하청업에 불과하고 핵심 R&D기능 등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역 IT산업은 지자체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 중앙정부의 자원 배분 한계, R&D 투자 미흡, 각종 특구 제도에 있어서 상대적 불이익, 우수 IT전문 인력의 역외 유출 등 약점과 위협 요소를 안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 설립과 테크노폴리스 추진 등 과학기술의 핵심기반 구축과 동남권 교통의 중심지, 구미'포항'마산'창원 등 IT관련 산업 공단 인접지, IT전문인력의 배출 환경 등 강점도 갖고 있다.

지역의 비교우위 및 경쟁력을 고려해 디스플레이, 게임, 모바일, 임베디드, 나노산업 등을 클러스터로 집중 육성하고 시장지향성, 클러스터링, 네트워킹을 기본전략으로 지역 IT 벨트를 조성하고 협동화, 네트워크화, 시설공유화, 기업지원시스템 구축 등 소프트웨어 강화와 금융, 보험, 세무, 회계, 컨설팅, 광고, 정보제공 등 종합적인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을 강화하며 산'학'연'관의 교류 활성화와 유기적 협조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다.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산업인 섬유와 패션, 안경 그리고 의료산업과 반도체, 센서,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첨단 IT기술을 융합시킨 웨어러블 컴퓨터(입는 컴퓨터)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눈을 돌린 것은 약점을 장점으로 전환시키는 좋은 전략의 한 예다.

중앙정부도 큰 방향과 원칙만 정해 주고 구체적인 사업 추진 권한과 재원은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시행하도록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대만의 신주과학단지, 영국 쉐필드 문화산업단지 등은 모두 지자체의 확고한 의지와 획기적인 지원정책, 대학 및 연구소 활성화, 사회경제적 인프라 구축, 산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성공의 과실을 따먹을 수 있었다.

지금 '지역에 IT산업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구의 동남권 R&D허브 추진, 구미 IT클러스터 지정 등을 계기로 지역은 차별화한 정책과 창조적인 사고로 새롭게 뛰어야 한다. IT는 '아이들 눈에 튀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동경제포럼 이사장 김 만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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