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쌈짓돈이 교묘한 상술에 새고 있다'
30일 밤 9시쯤 대구 달서구 이곡동 ㅇ예식장 그랜드홀. 60, 70대 노인 200여 명이 미리 받은 무료초대권을 들고 품바쇼를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20, 30대 젊은 사람들은 아예 입구에서 출입을 저지당했다. 행사주최 측은 나이 지긋한 노인들만 선별해 행사장에 입장시켰다.
공연이 시작되자 노인들은 유명한 소리꾼의 구수한 소리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공연은 30여분 만에 끝났고 곧이어 건강용품 회사 사장이 나왔다.
이 사장은 TV방송을 편집한 음이온 목걸이 자료화면을 통해 그 효능을 알리고 몇몇 사람을 데리고 나와 현장에서 효과가 어떤지를 보여줬다. 쇼는 이내 제품 설명회장이 돼버렸다.
"강매가 아니니까 자율적으로 물건을 구입하라"고 했지만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원가 78만 원짜리 고급목걸이지만 이 자리에서 이름과 주소, 집 전화번호만 적으면 한 달간 무료사용한 뒤 효과가 입증되면 매월 2만8천 원씩 무이자로 10개월 동안 내면 된다고 선전했기 때문. 10개만 한정판매한다고 했지만 여기저기서 구매신청을 했으며 20여 분 동안 음이온 목걸이가 100개 가까이 팔려나갔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노인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어 구입의사를 표시했고 젊은 직원들은 물건 배달에 정신이 없었다.
두후경(68·달서구 이곡동)씨는 "품바 구경하고 무료로 선물을 준다고 해서 왔다가 얼떨결에 목걸이를 샀다"며 "아들에게 주려고 큰맘먹고 산 것"이라고 했다.
강팔수(74·달서구 용산동)씨도 "부부가 함께 사용하기 위해 2세트를 구입했다"며 "설명을 듣고 나니 건강에 좋고 효과도 입증된 제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몇몇 노인들은 "속았다"며 제품설명회가 시작되자마자 밖으로 나가버렸고, 한 노인은 "한두 번 속냐?"며 끝까지 제품을 구입하지 않은 채 무료 선물만 받고 돌아갔다.
이날 오전, 오후, 밤 모두 3회에 걸쳐 공연을 하고 음이온 목걸이를 판매한 (주)ㅂ쥬얼리 측은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치는 것이 것이 아니라 특허받은 제품을 알리고 노인들에게 추억의 품바공연을 선보이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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