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에
플라타나스
인도(人道) 위로 쓰러졌다.
행인들은 아무 말 없이
꺾인 가지를 밟고 지나고
노을이
작은 손수건 하나를
그 이마에 덮어 주었다.
민병도(1953~) '아침 노을'
태풍이 지나간 모양이지요. 아침 출근길에 가로수 한 그루가 인도 위에 쓰러져 있습니다. 도시의 매연과 소음을 마시며 녹음과 그늘을 주었던 고마운 나무, 그것이 하필 인도(人道) 위로 쓰러졌다는 말도 어딘가 시사적입니다. 여기서 인도란 물론 차도(車道)의 상대어이지만, 그 낱말을 발음하는 순간 우리는 무의식중에 '사람의 도리'를 떠올리기 때문이지요. 아직 인부들이 치우지 않아서 '행인들은 아무 말 없이/ 꺾인 가지를 밟고 지나'갑니다. 쓰러진 나무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행인들의 무관심한 눈길에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데 마침 한 줄기 아침 노을이 나무에 비칩니다. 그 장면을 보고 시인은, 쓰러진 나무가 안쓰러워서 '노을이 작은 손수건 하나를 그 이마에 덮어준' 것이라고 합니다. 함부로 지나치는 바쁜 일상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정경을 발견해내는 시인의 눈이 따뜻하지 않습니까?
이진흥(시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