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한 지 십여년만에 전국의 20만명에 달하는 콧병, 귓병 환자를 침과 한방으로 다스린 명성(?)으로 대구한의대에 스카우트 됐던 이상곤 (이비인후과)교수가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시공사)는 책을 내 인기리에 재판을 거듭하더니, 이번에는 조선대, 대구한의대교수 등과 공동으로 낸 알레르기 비염에 관한 양한방 퓨전 연구프로젝트로 보건복지부에서 14억 원의 예산지원을 받아냈다.
젊지만 동서양 철학과 사상, 역사에 이르는 폭넓은 지식으로 역내 한의사를 가르치는 강사이기도 한 이교수는 "매일 수백명의 환자를 만나다가 두평짜리 연구실에 갇혀있으니 너무 나가고 싶었다. 마치 내가 폐쇄공포증에 걸린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우스개를 한다.
◇ 한의학 전문기자를 꿈꾸었죠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글 쓰는걸 즐겨서 학보사 기자를 했고, 대구한의대를 졸업해서도 한의학전문기자가 되려는 뜻을 품기도 했던 이교수는 책 '콧속에…'에 대해서 묻자 대뜸 "사람들이 코에 대해서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코로 마시는 천기(天氣=공기)와 입으로 먹는 지기(地氣=음식)를 흡수 저장 배설함으로써 목숨을 유지하는데, 그중 코를 통한 호흡은 입을 통한 섭식보다 생명과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음식은 끊어도 며칠 버틸 수 있지만 코로 숨을 못쉬면 몇분도 못버티잖아요. 결국 코는 생명의 기원이니, 그만큼 더 중요하죠."
이교수는 코가 0.25초만에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공기를 심장과 폐에 공급하는데, 코 안의 혈관을 활동적으로 만드는 침과 처방으로 분비기능을 강화시켜 건강해지는 것이 한방 코치료의 목표"라고 말한다.
◇ 삼촌에게 침술 배웠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교수의 침술을 한의대보다 더 먼저 가르친 사람은 뜻밖에도 '무자격 침구사'인 삼촌이다. 그런데도 전국에서 아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평생 숨어 산 '그림자 인생'이었죠. 그냥 별 말없이 어릴때부터 제 근처에서 저를 쭉 지켜봤어요. 가끔씩 "이렇게 '(침을)놔라'고 보여주기도 했죠. 그랬어요. 제가 한의대에 들어가고 저보다 더 좋아하셨는데, 오히려 글쓰고 돌아다니는게 좋아서 제대로 따르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운명처럼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제곁에 그리 오래 못 계신다고 하셨죠."
그때부터 침통을 이 교수가 물려받았다. 지난 88년에 경주에서 한의원을 개업했는데 그야말로 환자들이 먼저 소문을 듣고 구름떼처럼 몰려왔다.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왔다.
◇ 원인을 찾아 막아야죠
"병은 한번 걸리면 고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원인없는 질병은 없습니다"는 이 교수는 예를 들어 당뇨병에 걸렸다면, 먹는 버릇을 되돌아보고,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생활속에서 그 질병을 몰아내기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것이다. 꼭 질병이 아니라도 사고방식, 생활습관을 순리에 맞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예를들면 콧물이나 가래를 삼키면 그것이 몸에 해로우냐 해롭지 않느냐는 논란에 대해서 이 교수는 "맑은 물과 구정물"의 논리처럼 당연히 삼켜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위산이 모든 세균을 박멸한다고는 하지만, 정상적인 맑은 점액과 농성의 점액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구정물을 마셔도 괜찮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복합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한 사리분별을 요한다.
◇ 감기가 유행할때는 코 수양을 하세요.
환절기인 요즘도 간단한 코 수양으로 효과적으로 감기를 막을 수 있다고.
가운데 손가락으로 콧대 양옆을 20회 내지 30회 정도 마찰, 코 안팎을 모두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가운데 손가락으로 하기 어려우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서 콧대 양옆에 놓고 훑어가면서 마사지해도 된다.
코 수양법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동의보감'에 나옵니다. 코 주변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서 폐를 따뜻하게 해주면 감기예방에 효과적이죠."
이 교수가 포함된 공동연구팀(조선대 약대 최우균 교수, 대구한의대 방제학과 김상찬 교수 등)은 2008년 마무리할 양, 한방 혼합 방식으로 알레르기 비염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감기 질환에서 한의학 처방이 거두는 치료효과와 염증성 질환에서 서양의학의 항생제나 소염제가 거두는 신속한 효과가 서로 협력된다면 무서운 세균의 돌연변이를 막아서 인류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 교수는 이번 양한방 퓨전 알레르기 비염 연구도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훌륭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글·최미화 편집위원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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