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납-탕감-체납'의 땜질 처방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 중 보험료를 체납한 저소득층 60만 가구 150만 명이 다시 건보료 탕감을 받는다. 현행 건강보험법상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내지 못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저소득층의 보험료 탕감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체납-탕감-체납의 땜질 처방은 의료 사각 지대에 몰리는 저소득층의 의료 보장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지난 2003년 보험료 340억 원을 면제받은 9만9천가구의 72.8%가 이번 탕감 대상에 다시 포함됐으며 57.5%는 아예 한 차례도 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일시적인 탕감 정책의 허점을 드러낸다. 국고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고민도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생계비에 허덕이는 저소득층에게 보험료 납부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가난할수록 유병률이 높음을 감안할 때 의료 급여 대상에서 빠진 생계형 체납 가구에게 의료 보장은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체납-탕감-체납의 악순환을 계속 이어 갈 수는 없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제도로는 사회 곳곳에 '버티면 된다'는 달갑잖은 해이감만 불러온다. 의료 급여 대상에서 빠진 차상위 계층이 의료 급여 대상자보다 암 발생으로 인한 치사율이 높다고 한다. 건강보험 제도와 의료 급여 사이의 틈새에서 신음하는 저소득층의 절박한 상황을 알게 하는 사례다.

의료 보장은 사회 안전망이다. 사회 보장에서 밀려나는 소외 계층의 증가는 국가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고,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느라 생계가 파탄되는 빈곤의 악순환에 묶여 있는 저소득층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민 소득 2만달러 시대는 요원하다. 보험료 탕감의 땜질보다 의료 급여 확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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