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경기 좋든 나쁘든…우린 '글로벌 프레이어'

프라이팬 생산 업체 ㈜창보

대구 성서공단 내 ㈜창보(대표 김정욱). 프라이팬을 주력품목으로 하는 이 회사는 외환위기 때만 해도 부도 위기에 놓여 있었다. 판매망을 책임졌던 거래 회사들이 잇따라 넘어지면서 이 회사도 4억 원의 부도를 맞았던 것.

당시 창보의 연간 매출은 30억 원. 떼인 4억 원은 이 회사의 숨통을 단숨에 끊을 수 있을 만큼 큰 돈이었다.

하지만 쓰러질 것이라고 누구나 얘기했던 이 업체는 2005년 9월, 일본 시장을 주름잡는 '글로벌 중소기업'이 돼 있었다. 외환위기처럼 내수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숨을 헐떡거렸던 우물안 회사에서 탈피, 세계시장에서 승부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변모한 것.

"지난해 73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전량을 해외에 내다 팔았습니다. 기술선진국이라는 일본에서 회사 전체 매출의 90%를 올립니다. 세계적 기업인 듀폰으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했습니다. 듀폰이 우리 회사 제품의 품질을 믿고 듀폰 브랜드를 달도록 한 것이죠."

일본 프라이팬 시장 1위 업체인 듀폰의 라이선스 획득 2년 만인 올해, 듀폰 전체 판매제품의 30%를 창보 생산품이 점유하고 있다. 처음 라이선스를 획득했을 때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수십 배의 신장세를 기록한 것.

일본에서는 이미 기술력을 확고히 인정받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 일본 국내 프라이팬 업체로는 선두인 호쿠아사(社)는 창보에 기술료까지 주고 합작업체를 만들었다.

"프라이팬도 패션입니다. 불에 닿는 부분을 코팅해 아름답게 꾸민 제품들이 많습니다. 특허도 많이 얻었죠."

이 회사는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가공이 힘든 얇은 알루미늄판에도 코팅을 적용,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돈을 조금만 벌면 기술개발에 모두 쏟아붓는다고 했다. 기술개발에 온 힘을 쏟은 것이 회사를 살려낸 밑거름이었다. 하지만 역시 한계는 있다. 아무리 연구개발에 힘쓴다 해도 연구개발 투자비 총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등으로부터 신기술개발자금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저희 회사 자금도 수십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돈을 집어넣어도 자체 연구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으니 외부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합니다. 한국기계연구원 같은 전문연구소와의 협력도 회사 성장에 큰 몫을 했습니다."

김 대표는 최근 국내 최대의 대형소매점으로부터 입점 제의를 받았다.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온 것.

"저희는 국내시장을 떠났지만 이왕 대형소매점으로부터 제안이 왔으니 내년쯤 다시 돌아올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시장에 대해서는 섭섭한 마음이 많습니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외국산 제품이 일본에서는 저희 회사 제품과 상대가 안될 정도로 판매가 저조합니다. 이제 국내 소비자들도 품질로 제품을 판단하는 풍토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프라이팬 생산을 기회로 코팅 기술을 상당 부문 축적했다며 앞으로 소재산업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의 회사는 비철업체로는 유일하게 이노비즈 및 벤처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새로운 길로 나가는 준비가 이미 갖춰진 셈이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프라이팬 전문 생산업체인 ㈜창보 김정욱 대표는 불과 몇 년 전까지 부도 직전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들쭉날쭉한 국내시장을 탈피,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림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섰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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