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공항 세관 직원들

1일 오후 2시 공항사무실을 지키던 대구세관 직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오후 2시 35분 중국 칭다오발 대한항공 여객기가 도착, 여행객들이 세관 입국검사장으로 하나둘 들어서자 세관 직원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입국자들의 첫 상대

한 여행객이 문형탐지기를 통과하는 순간 '삐익'하며 탐지음이 울렸다. 즉시 세관 직원 최미정(30)씨는 휴대용 금속탐지기를 들고 여행객 몸 주위를 훑어내려갔다. 다행히 탐지기는 열쇠 때문에 울린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10초 남짓한 시간에 긴장과 안도가 교차했다.

지난 3월부터 이곳에서 근무한 그는 입국자들과 마찰을 빚을 때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반입 금지물품이라도 나오면 친구 물건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고, 신속한 통관을 위해 선별검사를 하는데 '왜 나만 검사하느냐?'며 무작정 화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단 차분하게 설득하는게 최선이다.

문형탐지기와 휴대용탐지기를 통과하면 마약탐지견이 기다리고 있다. 눈망울이 커 그저 순한 애완견처럼 보이지만 5살난 미쉘은 대구세관이 자랑하는 베테랑 탐지견이다.

마약견 관리와 수색업무를 맡은 김동규(37)씨는 세관업무 10년차의 전문가. "눈이 마주치면 불안해 하거나 멀리서부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을 먼저 지켜봅니다. 10년째 이 일을 하다보니 한번 보면 무언가 숨겨오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정도로 됐습니다." 한참동안 입국자들을 살펴보던 김씨는 "오늘은 별 탈 없이 넘어갈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대구세관 직원은 모두 19명. 여행성수기인 7, 8월과 11~1월 주 45편의 항공기가 드나들면 여객명부를 통해 승객 정보를 미리 분석하고 입국검사장으로 향하느라 덩달아 바빠진다.

이들은 손으로 직접 짐을 풀어 일일이 확인하는 것을 '개장 검사'라고 부른다. 화물이 워낙 많다보니 모두 열어볼 수는 없는 노릇. 짐이 유달리 크거나 X-선 투시기로 검사했을 때 정확히 판별하기 힘든 물건 등으로 의심스러울 경우에 '전자 택'을 붙여 재확인한다.

조사감시과 강신경 계장은 "평균 3~5%의 승객이 개장검사를 받는데 검사에 항의해 가방을 내던지는 분들도 있다"며 "남들은 주 5일 근무한다며 토·일요일 놀지만 이곳은 오히려 주말이 더 바빠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적다"고 했다.

◇세관의 압수물품

공항 세관에 적발된 반입금지 물품들은 별도의 창고에 보관된다. 대구세관 공항사무실 문을 들어선 뒤에도 3개의 문을 더 지나야 창고로 갈 수 있다. 7평 규모의 작은 방이지만 한눈에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색다른 물품들이 가득하다. 3줄로 늘어선 선반에는 '휴대품 유치서'라는 종이에 싸인 갖가지 물품들이 즐비하다. 화려한 장식의 물소뿔, 길이 1m가 넘는 칼, 골프채가 가득 들어있는 골프가방 등. 일반인 접근이 엄격히 차단된 창고에는 현재 위스키, 핸드백, 시계 등 고가품 30여 점을 비롯해 고추, 참깨 등 농산물 230kg, 담배 1천200갑 등이 보관돼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적 거래에 관한 금지조약'(일명 워싱턴 조약)에 의해 반입금지된 물품인 웅담과 야생동물의 생식기(중국산), 물소뿔(태국산) 등도 쌓여있다.

보관 물품 중 상품가치가 있는 것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 위탁해 일반에 판매한 뒤 대금은 국고에 귀속한다. 하지만 마약류나 가짜 상품 등 유통이 금지된 물품은 폐기처분한다. 아울러 면세허용범위를 넘어선 담배나 위스키 등은 일정액의 관세를 내면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보관된 물품을 찾아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때문에 위탁판매 상품 대부분이 담배와 위스키다.

대구경북본부세관 권오섭 감사과장은 "1일부터 대구공항에도 APIS(여행자사전정보확인)제도를 시행해 국제선으로 입국하는 탑승자의 정보가 세관으로 미리 전송된다"며 "테러나 마약 우범자에 대한 검사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사진: 대구세관 직원들이 1일 오후 대구공항 입국검사장에서 여행자 휴대물품을 검색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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