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는 숨진 이들의 시신이 길가에 즐비하게 널려 있는 가운데 주민 간 다툼과 방화가 잇따르고 사법집행기관 공무원이 총격을 당하는 등 무정부상태에 빠졌다.
식량과 물,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는 이재민들은 당국의 질서 회복 노력에도 불구, 약탈과 자동차 탈취를 일삼고 서로 총격전을 벌이는 등 사회질서가 온통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뉴올리언스 시내 컨벤션센터에 대피 중인 주민 1만5천~2만여 명은 당국의 구호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 구조용 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CNN 방송과 회견에서"이것은 필사적 구조 요청"이라며"컨벤션센터에는 지금 식량과 물 등 먹거리가 고갈됐고 비위생적이며 안전하지도 못하다"고 조속한 지원을 호소했다.
미 정부는 뉴올리언스 질서 유지를 위해 장갑차 등을 동원한 주 방위군 수 천명을 긴급 투입했으나 배고픔과 기다림에 지친 시민들의 공격을 받는 경우가 많아 아비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당국의 긴급 구호작업마저 중단됐으며, 한 경찰관은 시민과 맞서다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국토안보부의 한 관계자는"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지역에서 직원들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컨벤션 센터 주변에는 휠체어에 앉은 채 숨진 할머니 등 적어도 7명의 시신이 그대로 방치돼 있어 시민들의 고통을 더해주고 있다.
이재민 대니얼 에드워즈(47)는"나는 개도 저렇게 다루지 않는다. 나는 죽은 개를 땅에 묻어줬다"면서 "정부는 다른 나라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나 자국국민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길거리에는 각종 쓰레기와 인분 등 배설물로 가득 차 악취가 진동, 위생 상태도 말이 아니다. 주민들은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도와주세요"를 연발하는 상황이다. 에드워즈는"그들(정부)은 구조용 버스를 갖고 우리를 나흘 동안이나 시험하고 있다"고 구조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혼란 상황은 2만5천여 명이 대피한 시내 미식축구 경기장 슈퍼돔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주민 간 싸움과 방화 사건이 잇따랐다. 뉴올리언스가 이처럼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든 이유는 식량을 비롯한 구호품 공급이 늦어지고 주민 대피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회과학 및 윤리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재산과 사회 질서를 존중하는 시민 의식은 이번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급속이 무너져내린다고 지적, 뉴올리언스의 무정부상태를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허리케인 피해 이후 야기된 시민들의 폭력 사태는 자연재해로 인한 주민들의 심리적 혼란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경고, 루이지애나 남부 일원의 재해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충격이 클 것임을 예고하고있다.
뉴올리언스AP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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