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석유설비 복구 시간 걸릴 듯

백악관, 에너지난 해소부심…76년來 첫 정유소 건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미국 최대 멕시코만 석유단지의 피해가 워낙 심각해 복구에 몇달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옴에 따라 미국발 에너지 파동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트리나의 충격이 가뜩이나 심화된 석유 수급난을 심화시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석유소비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클로드 망딜대표는 1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회견에서"휘발유 파동이 미국만이 아닌 전세계 에너지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전략비축유 긴급 방출과 청정에너지법 일시 유예, 그리고 유조선 규제완화 등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속속 취하고 있으나 미국의 휘발유값이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서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5달러까지 폭등하는 등 수급난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비효율'을 이유로 지난 76년 이후 중단해온 정유소 건설에 착수할 계획임을 재무부 고위 당국자가 1일 밝히기도 했다. PIRA 에너지 그룹의 존 리치블로 회장은 로이터에"정유설비 타격을 포함한 지금의 에너지 위기가 3개월 안에 해결되길 기대한다"면서 난국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미 석유협회(APE)도 멕시코만 석유단지 피해 조사단이 현지에 도착해 분석에 들어갔다면서 피해 복구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만 현지는 물론 허리케인으로 이곳에서 이어지는 송유관도 타격받아 오하이오와 일리노이주의 석유 설비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협회측은 전했다. 미국의 석유부문 피해가 나쁜 시점에 발생한 점이 큰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대 경제학과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로이터에"허리케인 피해가 아주 나쁜시점에 났다"면서"가뜩이나 경제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 치명타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져드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월가는 이런 상황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만나 허리케인 피해 대책을 논의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왜냐하면 FRB가 허리케인 피해를 감안해 지난해부터 고수해온'점진적'금리인상 방침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후퇴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카트리나 피해와 관련한 전략비축유 방출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모빌에만 600만 배럴이 방출돼 지난해 허리케인 아이반이 덮친후 5개 석유회사에 방출됐던 540만 배럴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카트리나 피해의 심각성은 보험배상 추정액으로도 뒷받침돼 92년 허리케인 앤드루 때의 220억 달러와 아이반 때의 260억 달러를 초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11 테러 때의 320억 달러에 맞먹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피해가 500억 달러에 달할지 모른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담에 참석한 팀 애덤스 미 재무차관은 1일 미국이 정유소 건설을 재개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76년 이후 정유소를 단 한곳도 증설하지 않았다. 백악관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에너지 수급난이 정유소 부족과 낙후에도 크게 기인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가운데 나왔다. G20은 이날 비공개 회동을 갖고 심각한 석유 수급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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