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아시아 최강자를 가리는 'KRA컵 제17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에서 14년 만에 만리장성을 허무는 감격을 맛봤지만 여전히 중국세의 높은 벽을 뚫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이 30개국 190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 성적표는 남녀 단체전 동반 은메달과 남자단식 동메달(최현진), 남자복식 동메달 2개(오상은-이정우조, 유승민-최현진조).
동메달 3개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던 지난 2003년 방콕 대회보다 낫지만 41년 만에 유치한 안방 대회에서 '노골드' 수모를 씻어내지 못했다.
반면 '미니 차이나' 홍콩의 약진 속에 중국세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두 대회 연속 전관왕을 노렸던 중국은 대회 3관왕에 오른 세계 최강자 왕리친을 앞세워 전체 7개 종목 중 남자단식과 혼합복식(왕리친-궈예), 남자단체전, 여자복식(궈얀-리우시웬) 등 4개의 금메달을 석권했다.
중국 국가대표 출신들이 대거 포진한 홍콩도 여자단식(린링)과 남자복식(고라이착-리칭), 여자단체전 등 3개 부문 금메달을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탁구가 기대 이하의 성적에도 중국 벽을 허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건 작지 않은 성과다.
여자탁구는 만리장성에 막혀 고전을 면하지 못했지만 에이스 김경아(대한항공)와 문현정(삼성생명) 등의 맹활약 속에 준결승에서 세계 2위 니우지안펑이 이끄는 중국을 3-2로 꺾는 '녹색 테이블 반란'을 일으켰다.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 이후 14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결승에서 홍콩에 0-3으로 덜미를 잡혀 우승이 좌절됐지만 기대 이상의 선전.
남자는 '쌍두마차' 유승민과 오상은의 단식 8강 탈락의 부진 속에 국제 무대에서 무명 신세였던 최현진(농심삼다수)이 세계 7위 첸치(중국) 등 강호들을 잇따라 물리치며 동메달을 따내 단식 노메달 불안감을 간신히 털어냈다.
하지만 대표팀의 훈련 부족과 세대교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대표팀은 한달 여의 짧은 훈련 기간 때문에 절대적으로 연습량이 부족, 선수들이 충분히 자신의 기량을 안정시킬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
남녀 간판인 유승민과 오상은, 김경아는 중국 슈퍼리그와 오픈대회 등 빡빡한 투어 일정 때문에 체력이 크게 떨어졌고 특히 유승민과 오상은은 대회 직전 제주 대표팀에 합류, 복식은 훈련다운 훈련을 하지 못한 채 대회에 참가했다.
오상은-이정우조와 유승민-최현진조가 동반 동메달을 땄지만 손발을 맞출 시간만 충분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남자는 유승민과 오상은의 막강 전력 속에 이정우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임재현(KT&G), 조언래(농심삼다수), 이진권(부천 중원고) 등 유망주들의 기량이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중국을 꺾기 위해선 체계적인 전략과 선수 관리가 필요하다.
여자는 김경아가 에이스 몫을 해주고 문현정(삼성생명), 이은희(단양군청)이 부쩍 성장했지만 이들을 이을 차세대군이 형성되지 않아 꿈나무를 발굴.육성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이상 중국을 넘기 힘들다는 비관적 전망을 갖게 했다.
대회 운영에선 예산과 경험, 관심 부족으로 관중 동원에 실패하는 등 탁구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탁구협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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