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들판의 곡식만 영그는 것은 아니다. 새파란 하늘 또한 한껏 여물어 우리의 마음을 살찌게 한다. 드높은 하늘을 올려다 보면 늘 푸르름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참 좋은 세상, 그 마음을 채워주는 곳이있다. 해답은 경비행기다.
하늘을 손에 잡아보려는 설렘을 안고 칠곡 석적의 칠곡에어랜드에 갔다. 하지만 활주로에 내놓은 비행기를 보자마자 여지없이 그 설렘은 실망으로 변했다. 하늘을 잡으려는 꿈을 이루기엔 너무나 볼품없는 비행기가 있었다. 커다란 행글라이더에 프로펠러와 좌석, 엔진, 바퀴만을 붙인 격이다. TV에서 보던 경비행기를 꿈꿨던 기자의 눈에는 그저 큰 장난감 정도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런 실망어린 눈빛을 알아챘는 듯 김영호(38) 사장이 한마디 한다. "보기는 이래도 5천만 원 짜리에요. 이게 얼마나 실한데요. 일단 한번 타보세요."
좀 전까지 잔잔하던 바람이 심술을 부리는 듯 드세졌다. 그러자 겁이 슬슬 난다. 바람이 세면 기체가 흔들리기 마련. 아무래도 안전 문제가 머리 속을 맴돈다. 하지만 김 사장은 "보통 주변 3, 4㎞ 안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혹 엔진이 꺼지더라도 행글라이더 타듯 가뿐히 착륙할 수 있어요"라며 달랜다.
흉가, 전생, 번지점프 등 체험으로 키운 간을 생각하며 비행기에 올라탔다. 2명이 꼭 끼여 앉을 만한 공간이지만 속도계와 고도계, 조종간 등 있을 것은 다있다. 출발에 앞서 간단한 조작법을 들으니 자동차 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다. 조작법이 무척 쉬워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혼자서 조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드디어 출발. 시동을 걸자 '웽'하는 엔진 소리와 함께 프로펠러 도는 소리가 귓가에 가득하다. 헤드폰을 썼는데도 그 소리와 진동이 온몸을 압박하더니 몸을 떨게 한다. 조금씩 속도를 높이자 200m의 활주로가 금방이다. 문짝이 없어 바람에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휘날린다 싶더니 갑자기 허공으로 떠오른다. 일반 비행기를 탈 때와는 전혀 다른 울렁거림과 떨림이 몸을 감싸더니 순간 땅이 점점 멀어진다.
하늘이다. 파릇파릇하게 물든 논과 쉼없이 내달리는 자동차들 행렬,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 줄기…. 이 모든 것을 땅에 내려두고 하늘에 올라선 것이다. 이 기분 때문에 새들은 하늘에서 내려오기 싫어하는 것일까? 오를 때의 불안감은 벌써 사그라지고 편안한 구름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고작 60m지만 하늘이 더 가깝고, 기체를 기울이면 풀쩍 뛰어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옆에서 대리 운전하던 김 사장이 마이크를 통해 직접 한번 페달을 밟아보란다. 오른쪽으로 밟으니 오른쪽으로, 왼쪽을 밟으니 왼쪽으로 '스르륵' 기운다.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 따로 없다. 그때 갑자기 돌풍이 휙 지나가더니 기체가 출렁거린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 몸이 움츠러든다. 재미난 장난감에 두려움도 잠시, "까짓것 이 참에 그냥 동해까지 가죠"라며 용감해진다.
그러기를 10여분. 비행기는 점차 지상에 가까워지더니 '콰당콰당' 소리를 내며 내려앉는다. '겨우 끝났다'라는 안도감보다 '벌써 끝났다'는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는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자유로움. 그것을 마음껏 느끼기에는 10분이란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054)977-2676, 016-502-2676.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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