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옛 글미에서 만난 우리 무예풍속

"文은 武와 함께해야 더 빛난다"

옛 그림에서 만난 우리 무예풍속

허인욱 지음/푸른역사 펴냄

책(冊)과 검(劍)이 놓여 있다. 당신이라면 아들에게 무엇을 권하겠는가. 아마도 책일 것이다. 공부를 잘 해야 남에게 대접 받고 출세할 수 있으며, 몸을 사용하는 것은 무식하다고 손가락질이나 받을 뿐이라는 이유를 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조상 때부터 문(文)을 숭상하고 무(武)를 천시한 만큼 글을 익혀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조상들은 정말 문을 숭상하고 무를 천시했을까.

역사학자이면서 전통 무예가인 허인욱씨가 지은 '옛 그림에서 만난 우리 무예 풍속'은 무기술에서 맨손무예까지 옛 그림 속에 담긴 선조들의 삶 중에서 무예 활동을 꼼꼼히 살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옛 사람이 남긴 글이나 그림에는 당시의 생활과 풍습이 반영되어 있다.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문학과 그림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작품 외적인 것에 묻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거나 커다란 병풍 속에 작은 그림으로 남아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무예 모습이 이 책을 통해 하나 둘 제 모습을 드러낸다.

검을 들고 겨루는 모습이나, 칼을 들고 춤을 추는 모습, 폭포에서 활을 쏘는 모습, 많은 사람들이 편을 나눠 상대편에 돌을 던지는 모습, 말 위에 서거나 물구나무를 서는 모습, 손과 발·머리를 사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 등이 시간을 거슬러 우리 앞에 되살아난다.

검을 다루는 '격검'과 '검무', 문인들도 즐겼다는 '활쏘기', 맨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전통무예인 '수박', '택견', '씨름', 말과 사람이 하나 되는 '마상재', 고대부터 이어져온 돌싸움 '석전' 등 다양한 무예를 소개하고 있다. 전통무예 논란과 서양인의 눈에 비춘 한국인의 맨손 싸움도 다루고 있다.

인용된 풍부한 그림 자료와 문헌 자료 속에 남아 있는 조상들의 무예 모습은 우리 조상들이 문과 무를 함께 아는 것에 좀 더 높은 가치를 두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저자는 큰 그림 중 일부에 불과해서 보통 사람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세밀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주목하고 있다. 실제 18년간 무예 수련을 해왔기에 그림 속에서 활을 쏘고, 무과시험을 보고 있는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칼의 모양과 놓여 있는 위치, 말 위에서 재주 부리는 사람의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그림 중 너무 작은 것은 확대하고, 중요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 인물의 그림은 따로 뽑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무예이론서나 전통무예를 논하려는게 아니라 옛 선조들의 다양한 삶 중 무예 활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우리 역사의 일부이면서도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사이사이에 무예와 관련된 선조들의 일화를 언급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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