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욕탕 폭발> 구조늦어 피해키웠다

화염 뒤덮는데 구조대는 안보이고…

"건물에서는 살려달라고 아우성인데 구조대는 한참 뒤에나 도착했어요."

목욕탕 폭발사고 당시 구조활동이 체계적이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은 사고 수분 뒤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구조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2, 3층에서 사람들이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 큰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날 소방서에 폭발사고가 접수된 것은 오후 4시2분. 각 소방서에는 출동 지령이 떨어졌고 2분 뒤 수성소방파출소 소방차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당시 건물은 화염으로 뒤덮였고 2, 3층에서는 20여명이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그러나 소방파출소 소방차에 실려 있는 구조장비라고는 3m 길이의 사다리와 인명구조 에어매트가 전부였다. 사다리는 2층 건물까지도 닿지 않은데다 120kg의 에어매트를 옮기고 공기를 주입하는데만도 7, 8분 정도가 걸렸다. 그 바람에 건물 내 20여명이 그대로 바닥으로 뛰어내려 부상이 속출했다.

폭발 당시 3층 남자 목욕탕에 있었던 김모씨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해 구조장비가 없어 그냥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소방관이 가져온 듯한 사다리는 높이가 낮아 3층에서는 탈출이 불가능한데다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들리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가득 차 더 이상 건물 내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바닥으로 뛰어내려 허리를 다쳤다"고 했다.

건물 3층에서 탈출을 시도하던 젊은 남자는 줄을 타고 내려오다 공기주임이 안된 인명 구조매트 위로 몸을 던졌다가 허리를 크게 다쳤다. 또 사다리가 건물 벽에 놓였지만 2층에도 채 미치지 못해 사람들이 사다리 꼭대기에 발을 닿아보려 벽 난간을 잡고 공중에서 허둥거렸다.

고가사다리를 갖춘 특수소방차량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21분. 이미 인명 대피가 거의 끝난 후였다. 지켜보던 주민들의 탄식과 원망이 터져나왔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파출소 소방차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게 되지만 이들은 인명검색과 추가 지원에 대한 상황보고가 우선 임무"라며 "적은 인원으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동시에 펼치지 못하다보니 인명구조가 늦지 않았냐는 지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 아파트 건물이 파손되고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를 입은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목욕탕 보일러 폭발사고 현장.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