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학 양성의 요람 '문경학숙'

출향인사들중 재력이나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후학 지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경북의 '오지'라고 할 수 있는 문경에는 일찌감치 출향인사들의 이같은 염원이 담긴 학숙이 서울에 들어서 있다. 지난 98년 박인원 문경시장이 설립한 '문경학숙'이 그것이다.

학숙의 설립 배경에는 박 시장의 애환이 담겨있다. 십 수년간 재경 향우회장을 맡아오면서 지역민의 큰 문제가 자녀들의 서울 유학생활이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자신의 청년기가 생각났다고 한다.

문경에서 태어났지만 대구 대륜중·고를 나오고 서울 단국대를 졸업한 그는 "학교 다닐때 제일 고통 스러웠던 점이 집 떠나 이렇다하게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비를 들여 30여명의 서울 유학생 보금자리를 만들어 출발하게 됐다. 매년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박 시장은 자신의 지갑 열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상대후보로 부터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고발이 들어와 재판까지 받아야 했다. 결국 선거와 무관한 봉사활동으로 간주돼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박 시장은 학숙 운영을 계속하고 싶다. "처음 만들때는 아들이었는데 이제는 손자들이 돼 버린 학생들은 대부분 품행이 단정하고 공부도 남달리 잘한다"며 "내가 죽더라도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숙의 최대 장점은 고향 선후배간 모여 있기 때문에 탈선의 위험이 적다는 것"이라며 "고향을 위해 이같은 안전장치를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학숙의 임점윤 관리인도 열성이다. 점촌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는 설립시 학생들을 따라 무작정 학숙으로 상경했고 학생들의 식단과 시설관리 등을 책임지며 집 떠난 학생들의 '어머니' 역할을 대신한다. 좀처럼 짬이 나지 않아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 곳이 너무 좋다"며 흐뭇해 했다.

그는 "몸은 고되고 고향 생각도 나지만 사시.행시.경찰간부 시험 등을 척척 붙어 나가는 애들을 보면서 생의 보람을 찾고 있다"며 "학숙은 제2의 고향"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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