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정당한 자식 사랑법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개학을 했다. 방학 동안 훌쩍 커버린 아들을 보면 한편으론 대견하면서도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여전히 어리기만 하다. '하이고, 저 자슥, 우얄꼬!' 부모란 평생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산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그동안 아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평소 느낀 점이 많았다. 이는 선생님들과 학부모 모두에게 하고 싶은 고언이기도 하다.

학부모로서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다. 매년 새학기 첫수업을 하고 오면, 가장 먼저 묻는 말이 "선생님 어떻터노?" "좋으신 분 같아예"라는 말을 들으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반대로 "올해 죽었심더"식의 반응이 오면, 부모가 먼저 죽는다. 그래서 새학기가 되면 서로 친한 학부모들 간 담임 선생님에 대한 정보 교환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과연 어떤 선생님이 좋은 분일까? '아이들에게 다정다감한 분-사랑과 관심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보다듬어 줄 수 있는 분'이 아닐까?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의 경우, 선생님의 거친 언행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쉽다. 심지어 그로 인해 학교에 가기를 두려워하고, 심한 불안감에 휩싸이는 등 인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하느님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선생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리건대, 부디 편견 없이 부드러운 말과 행동으로 아이들을 대해 주시기를…. 아이들이 공부를 좀더 잘하든 못하든, 좀 애를 먹이든 그렇지 않든 자식처럼 이해하고 대화하며 안아주시기를…. 우리 아이들은 진정 그런 선생님들을 믿고 존경하며 따르리라.

학부모의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또 하나의 문제는 선생님들에 대한 성의 표시, 소위 '촌지문제'이다. 오죽하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촌지를 받는 부적격 교사를 영원히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법률을 통해 규제하고자 할까? 그만큼 선생님이든 학부모든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촌지는 절대 줘서는 안 된다'는 평소의 소신을 지키면서 선생님과 아이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묘안을 짜내야 했다. 그것은 바로 '선생님께 감사 편지쓰기'였다. 학기 초나 말, 혹은 스승의 날에 편지를 썼다. 고학년 때보다는 주로 저학년 때 많이 썼는데 아이의 성격, 학습 태도와 수준 및 지도 요망 사항 등에 대해 솔직하게 알려주고 비록 아이가 부족하더라도 잘 가르쳐 달라고 부탁드리곤 했다. 아직도 촌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학부모님들께 권해드리건대, 적어도 이 방법은 현실적인 면에서도 '촌지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게다가 선생님-학부모-학생 3주체의 인격을 존중하는 교육적인 효과까지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또 서로에게 당당해지자.

또 거론하고 싶은 문제는 학부모들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이 땅의 부모들이 자식의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하는 풍토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소위 '치맛바람'으로 대표되는 학부모들의 자식과 선생님들에 대한 '목숨걸기'는 하루속히 없어져야 할 모습이다. 그 행동 속에는 다분히 '자식 가진 것이 죄'라는 피해망상과 '내 자식만 잘 되기를'이란 극단적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런 소아적 병폐에 사로잡혀 있어야 하겠는가? 개별 학부모만이 아니라 학급 혹은 학교 차원의 학부모회 활동도 개선되어야 한다.

어느 때인가 운동회가 끝난 후 선생님들 목욕비로 얼마씩 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선생님들이 목욕비가 없느냐?'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그대신 소풍이나 견학을 갈 때 요청이 있으면 아내는 직접 선생님께 도시락을 준비해 드리곤 한다.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지만 돈으로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서로의 마음과 정이 아니던가? 학부모들의 명철한 의식이 선생님들과 우리 아이들을 살린다. 더 나아가 우리의 교육과 사회를 살린다.

선생님들이 깨어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학부모들이 먼저 깨어나자. 선생님들을 원망하기에 앞서 그분들을 이해하고 감사드리자. 선생님들의 처진 어깨를 활짝 펴드리자. 그래야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밝다. 이것이 정당한 자식 사랑법이 아니겠는가.

채형복 영남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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