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막대한 피해를 낸 태풍 '매미'에 버금가는 대형 태풍 '나비'가 북상해 5일 오후부터 영향권에 접어들자 경북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또 어선들은 항포구에 발이 묶이는 등 추석밑 어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냉해와 이상 고온, 강풍 등 잇단 타격을 받은 과수농가들은 추석과 결실기를 앞두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과수농 김경연(64·상주시 외서면)씨는 5일 이른 아침부터 배 수확에 온 가족이 나섰다. 김씨는 지난 2일부터 태풍소식에 이미 수확기에 접어든 신고배를 예년보다 1주일 이상 앞당겨 따 저온창고에 저장하고 있다.
외서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김광출 소장은 "태풍에 따른 강한 바람은 과수농들에겐 치명적"이라며 "지난 매미와 루사 때에도 수확기에 엄청난 낙과 피해로 1년 농사를 망치기도 했다"고 걱정했다.
상주시 모동·모서·화동 등 포도농민은 지난달 말 몇 차례 비 피해를 입은 데 이어 태풍 북상에 고민이 이만 저만 아니다. 상주 모서 꿀봉포도작목반 권현서(53·상주시 모서면)씨는 "포도는 미리 수확해 저온 저장고에 넣어 두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불안해 했다.
성주 참외비닐하우스 농가들도 태풍에 대비, 하우스 주변 곳곳에 바람의 방향을 바꿔주기 위해 큰 대나무를 심고, 도랑을 점검하며 수확기 참외의 조기 출하를 서두르고 있다.
또한 올봄 개화기 냉해피해에다 지난달 갑작스런 돌풍과 국지성 폭우로 피해를 입었던 의성의 옥산 전흥리와 감계 등지의 사과농가들은 피해축소를 위해 지주대를 긴급 설치하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 등 2년 연속 큰 피해를 입은 김천지역 농민들은 태풍 '나비' 북상 소식에 또다시 가슴을 졸이고 있다.
김천시 조마면 대방1리에서 사과농사 6천 평을 짓는 박병윤(50)씨는 "태풍 소식에 사과나무에 지주목으로 쳐 둔 철사줄을 다시 한번 동여맸고 바람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 사과에 씌웠던 봉지를 모두 떼냈다"고 했다.
한편 5일 오전 현재 경북동해안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3천여 척의 어선들이 포항항, 구룡포항, 강구항 등 경북 동해안 각 항·포구에 긴급 대피했다. 태풍 영향으로 4일부터 포항~울릉, 울진 후포~울릉 간 정기여객선이 운항을 중단해 울릉주민 및 관광객 등 1천여 명의 발이 묶였다.
포항·임성남기자 울릉·허영국기자 김천·이창희기자 상주·엄재진기자 성주·강병서기자 의성·이희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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