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늦둥이' 바람

전직 대학교수인 67세의 루마니아 여성이 올해 초 건강하고 예쁜 딸을 낳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그 이전의 세계 최고령 산모는 63세였으니 무려 네 살이나 올려놓은 '대기록'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여성은 아이를 갖기 위해 9년 동안이나 치료를 받았다니 놀라운 집념이 아닐 수 없으며, 모성(母性)에 대한 생각을 새삼 해보게도 했다. 요즘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할머니 같은 어머니'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 '늦둥이' 역사는 오래다. 구약성서는 아브라함이 100세 때 90세 아내 사라와의 사이에 아들 이삭을 얻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신으로부터 하늘같이 귀한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말에 순종해야 했다. 그래서 '믿음의 조상'이 됐고, 아들의 목숨도 구하는 기쁨을 안게 되기도 했다. 늦둥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게 될 뿐 아니라, 부모의 후천적인 유전형질을 물려받아 똑똑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다.

◇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 떨어지는 등 출산 기피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40대 이상 산모가 낳은 아이가 22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는 5천787명으로 1982년(7천385명) 이후 최고다. 80년만 해도 2만2천여 명이었으나 그 뒤 계속 줄어 89년엔 2천122명까지 떨어졌다 90년대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결과다.

◇ 그렇다면, 10년 전 20대 산모가 낳은 아이가 전체 출생아의 73.9%를 차지하다 지난해는 고작 23만8천573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50.1%)에 그친 반면, 상대적으로 '늦둥이'가 많아진 까닭은 어디에 있는 걸까.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베이비 붐' 시기인 1960년대 초에 태어난 여성이 많은 데다 여유가 생긴 40대들이 아이를 갖는 현상이 겹쳐 그렇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일단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그러나 늦둥이 바람에 부정적인 시선도 없지는 않다. '가진 사람'들의 경우 중년 이후 삶의 여유, 젊어서 느끼지 못한 삶의 소중함, 인기와 권력의 무상, 정력 과시 등의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아무튼 늦둥이가 부부 금실과 건강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출산율 높이기에도 다소나마 보탬이 된다는 점에서 나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20, 30대 산모 출산율 높이기는 갈수록 더한 '발등의 불'이니….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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