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구조대가 늦었다고(?)

다시 한 번 '구조시스템'이다

2일 발생한 수성구 목욕탕 폭발사고로 소방 구조활동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은 고가사다리 등 특수차량의 늑장 출동이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다. 한 주민은 "소방차는 왔지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의 탈출을 도울 장비가 없었다"고 했다. 고가사다리를 갖춘 특수소방차량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대부분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뒤였다.

당시 시민들은 소방장비가 출동하는 시간이 한없이 느리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체감 시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소방당국도 사이렌 소리를 듣고도 제 갈 길만 가는 차량과 현장 주변의 불법 주차차량, 그리고 에어매트 등 장비 설치에 걸리는 적잖은(7, 8분) 시간이 문제였다고 인정했다. 초기에 사고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도 있음을 인정했다.

매일신문 4일자 3면에 이 같은 지적을 하자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화재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소방관들의 노력은 헛되고 인명피해가 나면 그 원인을 소방관들에게 돌리느냐"는 등 성토의 글들이 쏟아졌다. 기자에 대한 거침없는 인신공격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낡은 장비들에 의지해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이야말로 가장 존경받아야 하는 직업인"이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지난 서울 홍제동 사고 때 소방관 6명이 순직했다"며 "장비나 인력 보충 없이 무조건 불길 속으로 뛰어들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다.

이런 네티즌 반응에서 기자는 시민들이 갖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어느 직업인이 이만큼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낼 수 있을까?

그렇더라도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구조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네티즌들이 언제까지나 열악한 장비와 부족한 인력을 탓하면서 '그나마 이 정도라도'라고 후한 점수를 줄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 소방관은 그 누구보다 최일선에서 생명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