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할리우드, 97년이래 '최악의 여름시즌'

할리우드가 미국 노동절인 5일 사흘간의 연휴를 끝으로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던 여름시즌을 마감했다.

미국 박스오피스를 집계하는 이그지비터릴레이션이 5일 발표한 잠정 수치에 따르면 지난 5월 첫째주부터 노동절 연휴까지 할리우드가 북미시장에서 올린 총 입장수입은 36억달러로 지난해 여름의 39억6천만달러보다 9%가 떨어졌다. 여기에 극장 입장료가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관객수는 12%가 낮아진 셈이다. 그리고 이는 지난 97년 이후 최악의 여름 성적이다.

올여름의 가장 큰 특징은 보통 여름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잘 먹히지 않았다는 점. 거대예산과 스타를 투입해 대형 액션영화를 만들어내면 관객은 들게 마련이란 할리우드의 자신감이 무너진 것이다.

'스텔스' '아일랜드'가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실패를 면치 못했고 공포영화들도 관객을 끄는데 실패했다. 론 하워드 감독, 러셀 크로 주연의 '신데렐라맨'도 관객 동원면에서는 실망스러웠다.

물론 전반적으로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서도 빅히트작들이 있긴 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은 북미시장에서만 3억8천만달러를 벌어들였고, '우주전쟁''배트맨 비긴스''찰리와 초콜릿공장''웨딩 크래셔'와 '마다가스카르' 등이 2억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기록하고 있다.

올여름의 또다른 특징은 다큐멘터리의 강세. 그중에서도 2세를 낳기 위해 남극대륙의 혹한을 수놈과 암놈간의 완벽한 팀워크로 이겨내는 황제펭귄들의 기나긴 여정을 담은 프랑스 다큐멘터리 '펭귄의 행진'은 올여름 최대의 히트작으로 꼽힌다.

지난 5월 조용히 개봉한 '펭귄의 행진'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올여름 가족관객이 가장 많이 찾은 영화가 됐고,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을 제치고 다큐멘터리 역대 흥행기록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의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지금까지 8천만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올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펭귄들의 행진' 외에도 평생을 그리즐리곰의 연구에 바친 한 남자의 열정을 담은 베르너 헤르조그 감독의 '그리즐리 맨', 그리고 미국의 내로라하는 코미디언 100여명이 자신들이 아는 음담패설을 여과없이 전달하는 '아리스토크래츠'등 다큐멘터리들이 화제를 모았다.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두고 할리우드에서는 미국 관객들이 리얼리티 TV에 길들여지면서 현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올여름에는 제한등급의 성인코미디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웨딩 크래셔'가 일찌감치 1억달러선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고 '40세 숫총각' 또한 3주 동안 7천만여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올여름 흥행부진의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할리우드영화들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꼽히고 있다. AP통신과 AOL이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가 영화가 재미없기 때문에 집에서 DVD나 비디오, 페이TV로 영화를 보는 것을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이번 여름의 교훈이 할리우드가 앞으로의 방향을 놓고 진지한 고민을 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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