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 형사 Duelist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이 6년 만에 신작 '형사 Duelist'로 관객을 만난다. TV 드라마로 성공을 거뒀던 방학기의 만화 '다모'가 원작. 이야기는 뻥쟁이 장돌뱅이가 들려주는 입담의 형식을 빌린 액자식으로 구성돼 있다.

조정의 어지러움을 틈타 가짜 돈이 유통되고, 좌포청의 노련한 안 포교(안성기)와 물불 안 가리는 신참 남순(하지원)은 파트너를 이뤄 가짜 돈의 출처를 쫓는다. 범인을 추적하던 중 수면 위로 떠오른 사람은 정체를 모를 자객 슬픈 눈(강동원). 병판대감(송영창)이 사건의 주모자라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찾는 게 문제다.

첫 대결에서 달빛 아래 마주 선 두 사람. 선머슴 같은 여형사 남순, 그리고 고독한 자객 슬픈 눈은 그만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을 느껴버리고 만다. 위장해 잠입도 하고 드러내놓고 쳐들어가기도 하면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두 사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의 감정은 점점 애절해지고 그만큼 서로 죽여야하는 상황이라는 아이러니는 커져간다.

영화는 형사 장르 영화나 사극, 무협물 등의 겉모습을 지녔지만 알맹이는 두 인물의 멜로에 있다. 인물들의 사랑이 담긴 곳은 달콤한 말이 아닌 검과 검이 부딪치는 대결. 사랑은 밀고 당기는, 공격하고 피하는, 그리고 쫓고 쫓기는 결투를 통해 전개가 된다.

기둥을 이루는 스토리나 여기에 덧붙여지는 이야기의 살들은 빈약한 편이지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날아다니는 카메라와 그 속의 인물들의 역동성은 이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풍부하다. 감정은 대사가 아닌 이미지들의 분출을 통해 연결되며 사랑은 휘두르는 칼과 이를 바라보는 눈빛 사이에서 피어난다.

역동적인 한낮의 장터와 홍등가의 불빛, 그 위에 흐르는 달빛, 그리고 결투를 벌이던 눈밭과 골목길은 붓 터치가 살아있는 한편의 그림처럼 눈에 각인되고 형사와 자객의 사랑은 한 편의 시처럼 가슴에 들어온다. 8일 개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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