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송활동 펼치는 장애인 연예인들

한계 도전…재미와 감동 와르르

텔레비전은 장애인들에겐 여전히 넘기 힘든 벽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의 수도 적을 뿐더러 장애인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더욱 찾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장애인 연예인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장애인을 다룬 특집 같은 프로그램에 들러리로 등장하는 수준을 넘어 프로그램의 고정 진행자나 보조 진행자, 주인공으로까지 나서고 있는 것. 이들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하모니카 연주 음반을 출시했던 시각장애인 연주자 전제덕은 음악 프로그램 MC로 발탁됐다. 전제덕은 10일 오후 4시 MBC의 '전제덕의 마음으로 보는 콘서트'의 진행을 맡아 인기가수들의 무대를 이끌어간다. 성기노출 파문으로 폐지된 '생방송 음악캠프'의 후속 프로그램. 이번 주에는 김종국, MC몽, 거미, 유리상자, 아이비, 버즈의 보컬 민경훈 등이 출연해 전제덕 밴드가 새로이 편곡한 선율에 맞춰 자신들의 히트곡을 라이브로 부르게 된다. MBC로서는 재즈 연주자 전제덕과 대중가수들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셈이다. 전제덕은 "너무 갑작스러운 제의를 받아 얼떨떨하지만 라이브 음악의 참 맛과 멋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제덕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로 조성모, 김범수, 조규찬, BMK, 김정민 등 숱한 대중가수들의 레코딩 세션에 참여했다. 또 작년 10월 첫 하모니카 연주 음반을 발표한 이후 음악계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그의 데뷔앨범은 2005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 역경을 담은 KT 광고에도 출연 중이다.

또 KBS 2TV 개그 프로그램 '폭소클럽'에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박대운씨가 개그맨에 도전하고 있다. '바퀴 달린 사나이'란 코너를 진행하는 그는 시청자들에게 밝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는 가수 강원래의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중 개그맨 홍록기의 추천으로 데뷔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다른 개그맨과 달리 몸을 소재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청중을 말로만 리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장애인들도 고난과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처럼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휠체어 댄스를 선보이며 방송에 돌아온 클론의 강원래는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를 다룬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눈길을 끈다. 5집 후속곡인 힙합 리듬의 '소외된 외침'에 박종필 감독의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버스를 타자'의 장면을 뮤직 비디오 곳곳에 삽입한 것. 홍종호 감독이 연출하는 이 뮤직 비디오에는 '버스를 타자' 영상 중 '장애인 여러분의 집단 승하차로 열차가 늦어져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하철 승무원의 멘트 등이 고스란히 삽입된다. 강원래는 "다큐를 보면 '휠체어 바퀴 들어'라는 대사가 있다. 휠체어는 장애인에게 몸의 일부나 다름없다"며 "이번 음반 활동은 무조건 장애인과 휠체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는데 힘쓰고 싶다"고 밝혔다. '소외된 외침' 뮤직 비디오는 이달 중순부터 지상파 방송과 음악전문채널을 통해 전파를 탄다.

지난 4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전신마비를 지닌 이창순 씨가 진행을 맡아 화제가 됐다. 전신마비 장애인 이창순씨를 신동엽과 함께 '신동엽의 디(D) 데이' 코너의 진행자로 내세워 매주 장애인 주인공의 장애극복 도전기를 다룬 것. 6월 19일부터는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장애 학생 김진호 군이 출연하는 '진호야, 사랑해' 코너가 등장했다. 6월 3일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 춤꾼 김용우 씨가 룸바나 차차차, 삼바, 파소도브레, 자이브 같은 화려한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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