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도시 역사와 함께 대구 산업화의 중심이었던 3공단 등 도심공단들의 슬럼화에 대하여 최근에 많은 논의들이 있다. 도심공단들 문제는 비단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난제이다. 산업고도화와 도시발달 그리고 전통산업의 쇠퇴로 공단 기능을 상실하고 슬럼화하고 있는 지역의 용도지구에 대한 도전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섬유산업 등 전통적 주력산업이 쇠퇴하고 있으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산업이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대구는 지역 외부로부터의 압력과 내부의 갈등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그렇다면 도심공단을 비롯하여 대구의 문제는 진정 풀어낼 수 없는 매듭일까? 단언컨대 아니다. 어쩌면 가장 난제인 것 같은 도심공단만 풀어낸다면 전체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예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나 지역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일으켜 경기를 진작시키고 사람들을 단결시켜서 정국 전환을 시도하고 성공했던 사례들은 많이 있다. 미국의 뉴딜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어차피 이대로 그냥 간다면 대구의 쇠락은 명약관화하다. 대구도 정국 전환과 지역민들의 자긍심 회복을 위해 작금이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대구의 대형 프로젝트는 무엇이 바람직할까? 바로 금호강과 낙동강변을 따라 조성된 도심공단들과 버려진 부지들을 재생시켜 대구의 미래를 창조할 새로운 도시공간으로 창출하는 것이 그것이다.
1990년대 후반 부산광역시에는 3대 밀레니엄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수영만비행장 부지에 조성되고 있는 센텀시티이다. 아직까지 성공이냐 실패냐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부산에 가용부지가 생겼을 때 이를 부산의 미래를 위해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는 어떠했는가? 군부대 이전 등으로 가용부지가 생길 때마다 대구의 미래와는 관계 없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찾아서 아파트로 다 소진해버렸다.
이제 3공단 등 도심공단이 우리의 문제로 다가왔다. 최근 북구청이 3공단을 아파트단지가 아닌 서울의 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처럼 재생시키기 위해 과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3공단만이 그렇게 바뀌어서는 안 된다. 인접한 모든 도심공단들이 기능적 배분과 공간적 연계체계 속에서 함께 변화해야 할 것이다.
대구는 전통적인 굴뚝산업이 아닌 도시기반 서비스형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 경북지역,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동남권 전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혁신을 주도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공간 재편이 필요하다. 금호강을 따라 조성된 도심공단들을 도시기반 서비스산업이 입지할 수 있는 신산업공간으로 재창조하고, 이곳에 센터형인 대구테크노파크를 단지형으로 확대 입지시켜 이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와 기술을 낙동강과 금호강을 통해 달성, 경산, 왜관 등지로 송출하고 그 지역 간의 연계를 중계하는 허브역할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에 필요한 재원을 외부 자금이 아닌 내부 역량을 모아 충당한다면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도입된 리츠의 활용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대구광역시, 대구은행, 상공회의소 등이 출자하고 지역민들에게도 주식을 공모해 지역의 모든 이들이 함께 참가함으로써 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과 함께 단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재창조된 공간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어 내륙도시로 폐쇄적이라는 대구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열린도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동수 (대구경북연구원 도시계획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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