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터치

미국의 가정문제 전문가이자 '5가지 사랑의 언어'의 저자 게리 체프만은 사람 사이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5가지 사랑의 언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상대방을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신체적 접촉. 아무리 서로를 이해하려고 해도,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이 5가지가 결핍되어 있거나 서로 비꾸러져 있으면 힘들게 된다고 했다. 마치 짝이 안맞는 열쇠로 자물통을 열려는 것과도 같다는 거다. 요샛말로 하면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할까.

체프만은 특히 신체적 접촉을 첫 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상대에 대한 따뜻한 시선, 외롭고 지친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톡톡 두드려주며 격려하는 의미의 '터치(touch)'다. '터치'의 효능은 이미 의학적으로도 입증되어 있으며, 국제학회도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아픈 사람의 몸을 어루만지며 마음을 다해 기도하면 병든 세포들도 그 사랑을 느끼게 되고 마침내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간 미국 뉴올리언스시는 말그대로 생지옥이다. 도시 전체가 유령의 도시로 변해버렸다. 카트리나가 한번 입김을 불어대니 초강대국 미국도 "오 마이 갓"만 외치며 갈팡질팡할 뿐이다. 강물 위에 둥둥 떠내려가는 시신, 바로 그 위 다리에선 개 한 마리와 함께 달랑 남겨진 흑인 여성이 무심한 표정으로 구호품으로 식사준비를 한다. 생(生)과 사(死)가 공존하는 장면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인간이 제아무리 똑똑하다고 어깨를 으쓱거려도 대자연 앞에선 한낱 나무이파리나 진배없이 연약한 존재임을 절감하게 된다.

언제나 탄탄대로 일수도, 쭉쭉 뻗은 직선일 수만도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강물이 굽이굽이 돌아 바다에 이르듯 사는 것에도 온갖 굽이가 있다. 허리케인처럼 태풍처럼 어느날 느닷없이 덮쳐오는 질병,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원치 않는 퇴직, 부도…. 그럴 때 필요한 건 상처입은 자의 마음에 가닿는 터치. 진심어린 터치는 쓰러진 자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누구는 "가을은 수숫잎을 흔들고 온다"고 노래했지만 가을은 또한 태풍을 앞세워 온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더니 카트리나의 끔찍한 참상 탓에 태풍 '나비'가 더한층 두렵게 여겨진다. 부디 얌전한 날갯짓으로 살짝 지나가기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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