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등이 계속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70달러, 우리가 많이 쓰는 두바이유도 60달러를 넘보고 있다. 2002년 초에 비해 3배 이상, 그리고 금년 초에 비해서도 2배 이상 상승했다. 과거 두 차례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상승폭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직까지 고유가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유가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연일 뉴스의 톱을 장식하지만, 정작 세계 경제는 별다른 동요나 물가불안 없이 성장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언론의 우려가 커지고는 있지만, 체감되는 악영향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은 편이다. 과거 석유파동기의 엄청난 충격에 비하면 이상하리만큼 잘 버텨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유가 상승이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졌고, 실질가격 기준으로는 현재의 유가 수준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는 점들이 흔히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제규모 확대, 경상수지흑자 지속,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통해 경제구조가 견실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 서서히 고유가의 악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고유가 추세가 자칫 과거 오일쇼크 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유가 상승 추세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유가가 금년 하반기부터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초고유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정유업체를 휩쓴 이후에는 유가 100달러 전망도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석유시장의 구조적 초과수요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오일쇼크 때와 같이 정치사회적 요인에 의한 단기 급등이라면, 당장의 충격은 크지만 그 요인이 해소되면서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등에서 석유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석유 생산 및 정제능력은 단기간에 확충되기 어렵다. 초과수요가 계속되는 한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고유가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그 영향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이 경우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어려움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국내 연구기관들의 전망에 의하면, 두바이유 가격이 60달러를 상회하면 우리나라의 실질성장률은 0.5~1%포인트 낮아지고 물가는 0.5%포인트 정도 상승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회복은 내년에도 어려울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5%대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 힘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체감경기에는 더욱 타격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는 석유 등 원자재를 수입해서 IT제품, 자동차, 선박, 섬유 등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이다. 주력 수출상품은 치열한 국제경쟁 하에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고유가가 지속되면 교역조건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셈이다. 금년 2/4분기 실질GDP는 3.3% 늘어났으나 실제 국민들이 손에 쥔 소득을 반영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의 증가율은 0%에 머문 것이 좋은 예이다.
고유가 충격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대응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제조업 생산에 기초한 우리의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에너지 소비 감축에는 한계가 있고, 단기간에 값싼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 충격 최소화를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인 자원'에너지대책을 세워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해외 자원개발 투자 확대, 대체에너지 개발 및 확보, 자원 및 에너지 절약형 경제구조로의 전환 등이 포함될 것이다. 특히 원유 등 주요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해외투자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다.
박기홍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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