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조명삼아 산을 오른다. 휘황찬란한 도시의 밤 색깔도 발 아래다. 낮처럼 북적대지 않아 호젓한 산길. 여유가 넘친다. 한낮의 소음마저 가라앉은 밤. 풀벌레 소리만 귀를 간질인다. '졸졸졸….' 산을 오를수록 유난히 크게 들리는 물소리. 청아하고 단아하다. 한동안 도시의 야경에 넋을 잃고 물소리에 홀렸다가 정신을 차린다. 일행은 앞서가고 없다. 오싹한 밤 기운. 어둠이 주는 공포에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더위가 가시고 추위가 몰려올 때까지인 요즘이 야간산행의 제철. 약간의 땀을 흘린 후에 고갯마루에서 맞는 바람은 바로 삶의 청량제다. 금요일 밤, 가벼운 배낭을 지고 가까운 산으로 올라보자.
가까우면서도 호젓하고, 거기다 오르기 쉽고 대구시내의 야경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야간산행지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대구 신천 상동교에서 용두방천로를 따라 가창방향으로 가다보면 파동 맞은편에 장암사가 있다. 입구에 차를 세울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 있다. 장암사 왼쪽 산비탈을 올라 능선 큰바위가 있는 곳까지가 가벼운 야간산행에 딱이다.
장암사 해탈문을 지나 계곡 왼쪽으로 오른다. 등산길이 여러 갈래지만 장암사까지는 계곡 왼쪽길을 따른다. 바로 오른쪽에 장암사가 보이는 곳에 이르면 삼거리. 헷갈린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가 바로 좌측 능선을 향해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길이 가파르다. 그만큼 빠른 길이기도 하다.
20여 분 오르면 낮은 관목지대. 이때쯤이면 땀이 나기 시작하고 바람도 제법 시원하다. 고개를 돌리면 대구시내 야경에 깜짝 놀란다. 첫째 관문인 암릉지대이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헤드랜턴 조명에다 도심의 불빛이 이곳까지 밝혀 훤하기 때문. 이곳서 능선위 큰 바위까지는 10분 거리. 큰 바위를 왼쪽에 끼고 돌아 오른다. 장암사 입구에서 40분 걸린다.
바위 위에 올라서면 대구시내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보는 대구의 밤 색깔은 특징이 있다. 홍콩의 야경만큼이나 아기자기하고 색색의 향연을 드러낸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신천대로와 신천동로. 여기다 차량불빛이 이어지며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해낸다. 식당들이 몰려있는 들안길도 훤하다. 멀리 팔공산 갓바위 오르는 길을 밝히는 불빛도 선명하다. 바위에 앉아 얼음물을 들이켠다. 생수 한 모금에 이렇게 행복한 것을. 저 불빛 아래의 사람들은 이 맛을 알까. 그네들은 여전히 분초를 다투며 바쁘게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야간산행에선 위험요소도 많다. 낮에 비해 시야가 좁아 사고위험이 높기 때문. 모르는 코스나 바위가 많은 길은 일단 피해야 한다. 혼자서 산행에 나서는 것도 위험천만. 초보자는 반드시 전문가와 동행해서 단체로 오르는 것이 좋다. 야간산행 목적지는 평소 자주 오르던 대도시 근교의 산이 좋다. 도심의 불빛이 길을 밝혀주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있는 날이면 금상첨화. 랜턴 등 밤에 필요한 장비를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대구 앞산 안일사 코스나 팔공산 갓바위 오르는 길이 초행에 좋다. 야간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전등불빛이 등산로를 환하게 밝혀준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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