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 대승사 진돗개'백구' 이야기

등산객·절 손님 길잡이 노릇

사불산(四佛山·문경시 산북면 전두리)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고찰 대승사(大乘寺). 이곳 대승사 경내 주자장에는 차를 세우면 어김없이 흰 진돗개 한 마리가 나타난다. '백구'라는 이름을 가진 이 진돗개는 사찰 방문객을 반가이 맞으며 대웅전으로 안내를 한다.

처음 사찰에 온 관광객 등은 "절에서 웬 개를 키우는가, 사람을 물지는 않는가", "인물이 상당히 좋은데..."라는 말을 하면서도 백구가 자신들을 안내한다는 사실은 대부분 눈치를 채지 못한다. 그러나 이곳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언제나 어김없이 달려와 반기는 백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기특해 한다.

8일 오전 부산에서 왔다는 김정례(58·여)씨는 "백구가 언제나 변함없이 반겨주고 있어 오늘은 백구에게 주려고 맛있는 통조림 등 간식거리를 구입해 왔다"고 말했다.

많은 신도들이 고급 사료는 물론이고 개 껌, 통조림 등을 사오고 있어 사찰 식당 한쪽은 항상 백구 먹이로 넘쳐나고 있다. 단체 관광객이 몰려 올 땐 백구도 덩달아 바빠진다.백구는 법당 안내 뿐만 아니라 등산객에겐 사찰 뒤편 사불산과 암자 등 해발 400~500m 이상 되는 산 정상까지 앞장 서 길 안내도 하고 있어 등산객들로부터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사찰 측에 따르면 백구는 대승사 토굴이 있는 문경읍 관음리에서 태어났으며 2살된 수놈이다. 새끼 때는 상당히 거칠고 사나왔는데 대승사에 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짖는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유순해졌다고 한다.

백구에게는 별도의 집이 없다. 주지 스님이 거처하는 요사체 뜰이 안방이다. 평소 새벽 예불시간 등이면 이곳에서 꼼짝 않고 앉아있고 낮 시간에는 주차장에서 차 소리만 들리면 금방 달려나가 방문객을 맞는다고 한다.

대승사 탄공 주지 스님은 "백구를 2년 동안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사찰 방문객의 법당 안내 등 일련의 행위들을 볼 때 백구는 아마도 전생에 스님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라고 말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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