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점검> 도심 복합상영관 '화재' 안전한가

창문 없고 좁은 비상구 '밀폐된 가스실'

도심의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의 안전이 의심받고 있다. 긴급상황 시 관객 대피가 어려운 고층이나 지하층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비상구가 좁고, 가연성 내부 장식재가 많아 화재 발생시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구지하철 참사, 목욕탕 폭발사고 등을 계기로 복합상영관을 긴급 점검해본다.

◇좁은 비상구

멀티플렉스는 예전의 단관 극장과 달리 한 건물 내에 여러 개의 영화 상영관과 쇼핑몰, 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다.3개 층에 10개의 상영관이 있는 대구 ㅎ 영화관. 관람석 수만 2천석이 넘는다. 각 상영관 마다 영화 상영시간이 달라 건물로 들어오는데는 여유가 있지만 비상시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화재시 엘리베이터의 작동이 멈춰 버리기 때문에 탈출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비상구뿐이다. 고층에 위치해 뛰어 내릴 수도 없다. 그러나 이곳 3개의 비상구로는 한 층에서 수 백명씩 있는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신속한 대피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인근의 ㅈ 상영관. 2층에만 4개의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곳 경우 매표소가 있는 대기공간에 2개의 비상구가 있지만 정작 상영관 입구와 출구는 하나뿐이어서 긴급상황이 발생한다면 850명(만석)의 관람객이 좁은 문 하나로 몰릴 수밖에 없다.

지하에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는 ㅇ상영관의 경우도 지상으로 통하는 비상출구는 하나 뿐이어서 관람객의 안전한 탈출을 돕는데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건축법도 비현실적

이런 긴급상황에 대비해 건축법에는 관람장 등 문화·집회시설의 계단 너비를 120cm 이상으로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또 반드시 옥외 대피계단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성인의 어깨 너비가 보통 60cm인 점을 감안하면 겨우 성인 2명이 나란히 빠져 나올 수 있는 정도여서 건축법이 현실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모든 멀티플렉스가 옥외 계단을 두고 있지만 몇 몇 곳의 경우 건축법상 최소 기준인 90cm 너비를 겨우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 상영관 경우 옥외계단의 난간 높이가 성인의 허리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아 추락 위험마저 안고 있었다.

극장내 비상탈출구 유도 체제도 원활치 않아 보였다. 영화관 특성상 대부분의 공간이 어둡고 밀폐돼 있기 때문에 비상구를 얼마나 신속하게 찾느냐는 바로 생명과 직결된다.

매표소와 상영관 주변의 대기장소는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돼 있지만 정작 비상구나 유도등은 장식물이나 광고판에 가려 제대로 눈에 띄지 않는 곳들도 있다. 실제 ㅇ 상영관, ㅈ상영관, ㅎ 상영관 경우 극장 안에서 비상구까지 탈출을 유도하는 표지판 찾기가 힘들었고, 유도등이 있는 곳 역시 방향이 꺾어지는 곳에는 통로 유도등이 없어 자칫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

중부소방서 조도현 예방계장은 "고층 복합상영관의 경우 이동 공간이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으로 제한돼 단시간내에 많은 인원이 대피할 수 없는 장소적 제약이 큰 만큼 건축법상 별도 규정과 긴급 상황에 대비한 각종 점검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시설에 투자해야

멀티플렉스는 영화관 특성상 창문이 없고 외부 연결공간이 좁아 불이 나면 유독가스가 빠져 나갈수 없는 '밀폐된 가스실'이나 다름없어 대형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대부분의 멀티플렉스가 내부에 방염처리는 됐지만 가염성 소재를 쓰고 있는 점에서 유독가스 등으로 인한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것.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대형 인명 피해의 첫재 원인이 내부 구성재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였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극장 내의 벽면 인테리어, 바닥 카펫, 좌석 시트 등을 불연재로 교체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상영관 한 관계자는 "점차 불연성 소재로 교체하고 있고, 비상시 작동하는 배연설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만큼의 위험성은 없다"고 했다. 북부소방서 서의교 방호과장은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건축법 등의 법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긴급상황 시에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요소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며 "극장에 들어가기 전 미리 비상탈출구를 확인하는 등 스스로 피난 방법을 숙지해두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 복합 상영관의 비상구는 폭이 좁고 어두워 제대로 구실을 못하는 곳이 많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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