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혜석/윤범모 지음/현암사 펴냄
'여성 해방론의 선구자, 최초의 여성소설가, 최초의 페미니즘 화가….'
나혜석(1896~1948)이라는 이름에는 여러가지 수식어를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혜석의 본령은 미술이었다. 윤범모 경원대 미술대 교수가 미술의 입장에서 나혜석을 분석한 책 '화가 나혜석'이 현암사에서 냈다.
나혜석은 학술적 관심 이전에 대중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죽은 애인의 무덤으로 신혼여행 가기, 부부 동행 세계일주, 파리에서의 불륜, 가정파괴, 쓸쓸한 최후 등 당시로서는 충격이었던 행적만으로도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 유화를 정착시킨 최초의 전업 화가로서의 나혜석을 평가해야 한다"며 나혜석의 인간상과 예술세계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 중점을 뒀다.
나혜석은 '최초의 여류화가'라는 점에서 주목받아왔지만 저자는 그보다 '최초의 전업작가'라는 점을 더 높이 사고 있다. 동세대의 고희동, 김관호, 김찬영 등이 절필했을 때 나혜석만은 초지일관 유화의 붓을 놓지 않고 꾸준히 제작했다. 단순히 최초의 여류화가라는 자리에서 이제는 한국 유화를 정착시킨 최초의 전업 유화가로서 나혜석을 평가하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최초로 유화 개인전을 개최했을 뿐 아니라 작품까지 매매하면서 전업화가로서 물적 토대를 구축한 선구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혜석에 대한 학술적 연구성과가 많지 않은데다 그의 작품이라고 지목된 30~40점의 작품들도 진위가 의심된다. 이 때문에 저자는 현존 나혜석 작품이라고 세간에 전해지는 작품 대다수를 '전칭(傳稱) 나혜석 작품'으로 부르고 있다. 나혜석 작품의 진위문제부터 철저히 가려야 그의 미술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미술가로서의 나혜석 뿐만 아니라 그의 독립운동과 민족의식, 소설가로서의 선구적 업적, 자유주의 여성해방론 등을 다루고 있다. 또 그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남성관계와 이혼고백서 발표와 정조유린 소송사건, 그의 말년의 모습, 장녀 김나열 여사와의 대담도 싣고 있어 나혜석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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