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두 마리 키우고 있다. 페키니즈 종으로 큰 놈은 다섯 살이고, 작은 놈은 세살이다. 그 녀석들은 주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온갖 몸짓으로 의사 표시를 한다. 개는 인간의 언어를 구현(具現)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만화영화에서처럼 모든 사물이 인간의 언어로 능숙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면 아마 우리가 모르고 있는 그들의 전생(前生)까지도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조물주는 현명하게(?) 그런 사태를 차단해 놓고 있다.
저술(著述)을 하는 행위는 자신의 사고를 문자로 표현하는 행위다. 그것을 전달 받는 사람들 또한 문자를 통해 저자의 사색(思索)을 전달받는다. 언어를 기호화한 문자라는 수단은 인간만이 향유하는 최상의 혜택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유난히 말 많은 사람을 번거롭게 생각하듯, 두서없고 장황하며 알맹이 없는 책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 까닭은 저술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 행위 모두가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책이 전해 주는 사상(思想)에 공감하며 그에 몰두하고, 그러면서 더러더러 자신의 사색을 만끽할 수 있는 자유야말로 독서가 지니는 최상의 카타르시스이며 장점이 아니겠는가. 그런 자유를 침탈하는 행위는 짧은 글재주로만 일관, 끝까지 독자를 현혹시켜 기만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매일 수만 권의 책이 쏟아지고 있다. 독자들이 그 속에서 현명한 저술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난감한 노릇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책들은 나름대로 모두 특이한 몸짓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간파해 내고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혜안(慧眼)이다.
그 혜안을 통한 책과의 만남으로, 침묵 속에 사고의 공감을 통해 느끼는 극치의 오르가슴. 그것이이야 말로 저자와 독자가 함께 누리는 독서의 황홀한 판타지아가 아니겠는가.
박상훈 소설가·도서출판 맑은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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