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지나가자 가을이 왔다. 더워서 휴가때 잠깐 나갔다가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았다면 오늘은 신천둔치에 나가보자. 파란 하늘 밑에는 파란 물이 제격인 법. 상동교에서 침산교까지 무려 8.6km. 어느 곳에 가더라도 한나절 놀거리는 충분하다.
지난 주말 오후 6시. 선선한 날씨와 함께 신천둔치에는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벤치에서 잠시 쉬고 있던 최상호(51·중구 동인3가)씨는 "대구에 이만한 휴식처가 따로 없죠. 참 잘 만들어놓았네요"라며 칭찬을 하면서 "물만 더 맑아지면 바랄게 없겠는데…"라고 말했다.
사실 너무 가까이 있어 그렇지 신천둔치만한 휴식공간도 찾기가 쉽지 않다. 농구장, 배구장, 게이트볼장, 에어로빅장, 테니스장 등 뿐만 아니라 잔디와 나무로 조성돼 있어 곳곳이 쉴 곳이다. 상동교에서 중동교~희망교~대봉교~수성교~동신교~신천교~칠성교~경대교~도청교~성북교~침산교 등 12개의 다리 사이에 분수만 8곳이다. 저녁이면 여기저기서 건강한 땀을 흘리며 뛰는 사람이 흔한 곳이기도 하다.
모두들 열심히 뛰고 있는 와중에 권성욱(57·남구 봉덕동)씨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코스모스를 담는데 정신이 없다. 신천 둔치에 있는 꽃들이 그냥 보면 볼품이 없는 것 같아도 세세히 훝어보면 정말 아름답다는 게 그의 견해. 다리 밑에서 돗자리를 펴고 유유히 비둘기 모이를 주는 한수철(50·남구 봉덕3동)·김미정(49·여)씨 부부는 "한여름 저녁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고 여름을 추억한다.
중동교 근처 테니스장은 박수와 탄성 소리로 한바탕 시끌벅적하다. 이날 마침 희망테니스동호회 50명이 나와 내기 테니스 대회를 열고 있다고. 배상복(49·남구 봉덕동)씨는 "이곳에 테니스치러 오는 사람이 많은데 관리를 좀 잘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켜지는 오후 7시가 되자 어린이 놀이터는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의 세상이 되고 시멘트 도로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뜀박질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한달 전부터 살빼기 작전에 들어갔다는 이수영(25·여·북구 침산동)씨는 "평소에 밥을 굶는 다이어트를 하다 별 효과가 없어 큰 마음먹고 뜀박질을 시작했다"며 벌써 2㎏나 줄었다고 자랑이다. 김지환(23·남구 이천동)씨는 인라인 스케이트 마니아. 월드컵경기장은 너무 멀어 동호회 회원들과 매일 저녁 신천 둔치로 나선다.
밤이 되면 연인들 차지다. 김태문(26·북구 대현동)·장지혜(23·동구 신천동)씨 커플은 "데이트를 겸해 운동을 하기 위해 왔는데 그동안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것이 억울할 정도"라고 말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충전이 될 것 같은 다양한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은 신천둔치가 아니면 쉽게 만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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