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이 높을수록 일자리 얻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박사학위를 따면 물론 대학만 나와도 어렵지 않게 취업이나 출셋길이 열리던 시대는 이제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됐다. 석사학위를 딴 뒤 현실적인 문제로 박사 과정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이나 일반 기업체 취업 등으로 방향을 바꾸는 학생들도 많아졌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연령 상한선'이다. 대졸자들은 대부분 아예 진학을 단념하고 취업하려 해도 좀체 자리가 안 보인다.
○…1975년까지만도 대학생은 청소년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당시 2년제를 포함한 대학 진학자가 고교생의 25.8% 정도였다. 놀랍게도 올해는 졸업생 56만9천272명 가운데 46만7천508명이나 진학했다. 양적으로는 선진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대학원 공동화 현상에다 정원보다 적은 고졸생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대학들이 갈수록 늘어나는가 하면, 기초과학이 무너지는 등 대학들이 파행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 사회의 '학력 과잉' 현상은 그야말로 심각하다. 지난해 말 현재 석사 취업자 10명 중 9명, 박사는 44.8%가 하향 취업하고, 4년제 대졸자 절반(49.5%)이 고졸로도 충분한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심지어 올해 전국 21개 직업훈련학교에 입학한 6천461명 중 4년제 대졸자가 876명, 2년제 대졸자가 1천334명을 차지해 전문대 이상 졸업자가 31%에 이른다.
○…하향 취업의 대표적인 경우가 9급 공무원 시험이다. 서울시가 올해 뽑은 573명 가운데 학사가 417명, 석사는 24명이다. 전문대 졸업이나 중퇴한 경우는 131명이며, 고졸자는 단 1명도 없다. 이 같은 기현상은 고졸생 82.1%가 대학에 진학하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수요 측면에선 일자리가 문제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대학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학력 과잉은 국력 낭비와 사회의 비효율을 부른다. '대학 졸업장=실직 증명서'라는 말이 나오는 판이듯이, 이들을 바라보는 스승과 부모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황당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을 겪는 반면 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는 일자리 구하기가 '별 따기'가 되고 있어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와 대학들은 '부채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화급하게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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