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열정과의 교감

곡식과 과일이 여물어가는 들판의 모습을 보면서 가을임을 실감한다. 결실은 삶에서 잃어버린 여유를 가져보라는 듯 풍성함과 넉넉한 마음을 갖게 한다. 풍성하고 넉넉한 마음, 그것이 어디든 필요치 않은 곳이 없겠지만 예술이라는 분야를 대할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음악연주가 끝난 후 보내는 박수에 이러한 마음이 특히 필요하지 않나 싶다. 박수는 연주에 대한 청중의 솔직한 반응이다.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보내는 풍성한 소리, 마지못해 몇 번 치는 소리, 무미건조하게 내는 소리 등 박수소리에 따라 느낌도 다양하다.

그에 따라 연주 후에 느껴지는 뒷맛도 제각각이다. 물론 연주가 훌륭하고 감동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무대를 보고 억지로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최소한 음악회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에 대한 격려는 있어야 되지 않나 싶다.

연주회를 지켜본다는 것은 단순하게 한 시간여 동안 음악을 듣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삶에 대한 진지함을 바탕으로 완성된 곡을 위해 노력하는 연주자의 열정과 순수성, 그리고 그들이 음악에서 표현하고자 한 삶의 철학과의 보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면에서 청중이 보내는 박수는 좋은 연주에 대한 고마움과 기쁨의 표시이며, 앞으로 더 나은 연주를 부탁하는 격려이기도 하다. 박수를 통해 연주자는 비로소 음악회를 위해 보냈던 힘들었던 시간을 다 잊을 수 있고,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는 청중과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풍성한 박수소리가 울릴수록 청중 스스로 느끼는 감동 또한 더 크게 다가올 것이며 이는 더 좋은 연주를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올 가을에도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비롯해 많은 음악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음악회에서는 무미건조하고 인색한 박수가 아니라 결실을 맺어가는 들판의 모습처럼 넉넉하고 풍성한 박수를 보내자. 연주자와 청중이 하나 되어 서로의 영혼을 살찌우는 그런 연주회가 기다려진다.

김동학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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