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브레이크 없는 자민당호?'

자민당 압승 배경과 파장

일본 국민들은 11일 총선거에서 다시 한 번 더 집권 자민당을 선택했다. 우정 민영화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되자 중의원 해산이라는 도박승부를 펼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그는 '개혁 이미지'로 포장한 '우정민영화' 기치 아래 반란파 축출과 명망가 공천의 화려한 '극장형 선거전'을 통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집권 기반을 탄탄히 하고 장기집권의 가도로 들어섰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압승을 디딤돌 삼아 내정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종래의 '미국 추종'과 대(對)아시아 강공 정책을 펼쳐 자칫 한국 및 중국과 거듭 외교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그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및 자위대 이라크 파견 연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고이즈미 정치체질 수술, 장기집권 가능성, 민주당 몰락=고이즈미 총리는 중의원을 장악할 수 있는 절대 안정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1년여 남은 임기의 기반을 탄탄히 굳혔다는 평가이다.

'포스트 고이즈미' 논의로 자칫 초래될 수 있는 레임덕을 피하고 정권의 명운을 걸었던 우정민영화법을 재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22일께 특별국회를 소집, 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다. 참의원에서 법안을 부결시켰던 반대파들은 총선 민의를 수용, 다시 반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선거과정에서 중의원 우정 민영화법안 반대파 37명을 축출하고 명망가 위주의 신진을 대거 공천, 파벌과 이익집단이 당정의 의사결정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구태정치를 일소했다.

나아가 우정민영화는 국철 분할·민영화, 도로공단 민영화, NTT 민영화 등 일련의 민영화 정책의 정점을 찍으면서 '작은 정부'를 구현하고 정계·관계·업계의 유착고리를 잘라냄으로써 정치·행정개혁 전반에까지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압승을 계기로 1년여 임기를 연장받아 내년 참의원 선거까지 치르는 장기집권 가도에 들어가거나 약속대로 내년 가을 퇴임하더라도 '킹 메이커'로서 일본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야스쿠니 참배·자위대 이라크 파견 연장 시험대=우정민영화 기세에 눌려 이번 선거에서 일본 외교정책과 국체를 결정짓는 개헌 등의 국가적 대계는 철저히 외면된 형국이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압승을 지렛대로 외교정책에서 강공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12월에 끝나는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 기한을 재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대 입장인 민주당이 대패함에 따라 국회 내 견제 세력은 전멸한 상황이다. 이미 일본 정부는 실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오는 11월 자민당은 개헌초안을 내놓고 공론화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의 초안은 전력 보유와 교전 포기를 골자로 한 헌법 9조를 고치는 것이 뼈대이다.

또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 현재 공동 기술연구 단계를 개발단계로 이행, 미국과의 군사 일체화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군사대국으로서의 도약을 꾀함으로써 동북아 정세에 긴장을 드리울 가능성도 점쳐진다. 연내 주일 미군 재편계획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진두지휘하는 자민당호는 이 같은 일련의 대내외 과제를 수행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할 것이 확실시되나 반면 아시아 외교에서는 갈등을 빚을 공산이 크다. 특히 그가 끝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할 경우 한국 및 중국과는 매우 험난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사회에 미칠 영향과 의미=고이즈미 총리는 선거과정에서 자민당이 비판받아왔던 파벌체제를 부숨으로써 국가 정책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했고 우정민영화를 지렛대로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개혁과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틀을 일정 부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제1야당의 몰락으로 견제세력이 없어진 자민당은 '브레이크 없는 자민당호'로 내닫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의미에서 고이즈미의 자민당이 넘어야 할 큰 과제는 '오만과 독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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