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렇게 살아요-북삼 어머니 자율방범대

"자녀 하굣길 안전 우리가 지킵니다"

"내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어머니들이 똘똘 뭉쳤습니다."

칠곡군 북삼읍 어머니 자율방범대(대장 이순애) 대원들이 초중생들이 수업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의 '틈새 방범 활동'을 훌륭히 수행해내고 있다.

이 방범대는 지난 5월 22일 30, 40대 초반의 어머니 34명이 참가해 발대식을 가졌다. 칠곡경찰서 북부지구대(대장 윤정호 경감) 소속의 방범대원들이다.

대원들은 짙은 코발트색 제복에 계급장을 단 채 3, 4명씩 조를 이뤄 방범순찰차를 타고 당당한 모습으로 근무에 나선다. 주요 임무는 학교주변의 학교폭력 예방과 어린이 납치·교통사고 등 자녀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어머니 방범대의 출범은 윤정호 북부지구대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윤 대장은 "아무래도 어머니들이 자기자식을 보호해야 하는 본능이 가장 강하니까 직접 자녀들을 보호·지도하는 일도 잘 해내리라 생각했다"고 했다.

북삼초교와 인평초교, 북삼중의 학부모회 간부 34명이 '내 자녀를 내가 지킨다"는 취지에 동참했다. 대원들의 근무시간은 자녀들의 하교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이순애(38) 대장은 "처음엔 단순히 '내 아이들은 내 손으로 지켜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전 대원이 지역의 치안과 봉사활동에도 한몫을 담당한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말한다.

북부지구대 윤 대장은 "학생들이 어머니 대원들의 지도에 잘 순응하고 있고 학생 범죄 예방에도 효과 만점"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정은자(39) 상임부대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낮털이범들의 소행이 종종 있었지만 어머니 자율방범대가 출범한 후에는 사소한 범죄조차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자랑한다.

대원들은 순찰활동 도중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친다. 최은숙(37) 실무부대장은 "순찰 도중 거동 불편한 어르신을 보거나 치매로 길 잃은 노인 등을 보면 대원들이 내 부모처럼 모신다"고 했다. 사건사고 현장과 칠곡군 전체 행사 때도 적극 참여해 교통정리쯤은 대원들이 척척 해결해 낸다.

이들의 활동으로 요즘 북삼읍에 대낮범죄가 사라졌다. 강분희(42) 사무국장과 김일남(39) 사무차장은 "우리는 동네를 지키느라 여름휴가조차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기회의를 가진 지난 7일 오후 2시. 회의를 마친 후 이순애 대장이 "오늘 근무조 누구야?"라고 확인하니, 곧바로 "저요! 저요!"하며 3, 4명이 방범순찰차에 올라탄다. 이들의 당당한 모습에서 "여성은 약하지만, 어머니는 정말 강하다"는 말이 실감났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사진=학교주변과 우범지역을 중심으로 방범활동을 펼치고 있는 북삼 어머니자율방범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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