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핵무기 사용 독트린 개정 추진

미국 국방부는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하는 적성국이나 테러집단에 대한 선제공격뿐 아니라 적성국의 이미 알려진 핵과 생화학무기 파괴에도 핵무기사용 선택권(옵션)을 갖도록 미 행정부 핵무기사용 독트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합동핵작전 독트린' 초안에 따르면 야전사령관들이 미국이나 다국적군, 연합군은 물론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적성국 및 테러집단의 WMD 사용에 대한 선제공격 등 여러 상황 아래서 대통령에게 핵무기 사용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995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마련된 현행 핵무기 사용 독트린이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거나 WMD 위협을 특정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훨씬 공격적인 내용이다.

개정 초안은 우선 적이 미국과 우방, 다국적군, 인구밀집지역을 대상으로 WMD를 사용하거나 사용할 의도를 보일 경우 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야전사령관들이 '핵무기 공격을 통해서만 안전하게 파손할 수 있는' 생물 무기의 공격이 임박했을 경우 WMD를 보유한 적성국 또는 테러집단 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핵무기 선제공격 승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WMD를 비롯해 깊은 지하 벙커 속에 감춘 화학 및 생물무기 비축시설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와 관련, 미 의회는 WMD가 저장된 것으로 보이는 지하 벙커를 파괴하기 위해 기존 벙커버스터보다 10배나 더 강력한 차세대 벙커버스터를 시험하려는 미 행정부 계획과 관련, 지난해 실험비 사용을 중단시킨바 있어 이번 초안 공개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기존 벙커버스터는 폭발 전 자체 무게로 땅이나 바위, 콘크리트 층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유선형 폭탄 방식인데 비해, 신형 벙커버스터인 BLU-113은 7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이나 30m 깊이 땅 속으로 뚫고 들어가 지하구조물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초안은 이밖에 △위험성이 큰 재래식 무기에 대한 대응 △조속한 전쟁 종식 △적의 WMD 사용 저지를 위한 핵무기 사용 능력 및 의사 표시 △적이나 그 대리인에 의해 공급된 WMD 사용 차단 등도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제시했다.

초안은 "냉전 종식에도 불구하고 WMD 확산으로 핵무기 사용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며 "(테러집단과 같은) 비정부 조직과 약 30개국이 WMD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안은 또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비록 현재는 존재하지 않을지 몰라도 모든 가능한 위협상황에 대처하는 보안계획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핵무기 사용을 위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며 WMD 사용을 차단하고 반격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핵무기 선제사용 결단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의 지시 아래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이 초안은 그러나 아직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결재를 받지 않은 상태여서 미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다.

전보다 훨씬 광범위한 조건 아래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독트린 개정 초안이 이번에 마련된 것은 지난 2002년 12월 백악관이 발표한 선제공격 전략을 반영, 핵무기 사용 관련 규정 및 절차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백악관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해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있을 경우 '압도적인 전력'으로 대응할 것이며, 모든 선택권이 대통령에게 부여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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