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연극사랑 사람사랑 대구모임'이라는 인터넷 관객 카페가 있다. '연사사' 혹은 '연사모'라고도 불리는 이 모임은 2000년 6월 대구에서 연극을 하던 한 젊은 청년에 의해 만들어졌다. 남보다 늦게 연극을 시작했던 그는 자신이 관객이었던 때를 생각하며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연극적 갈증을 풀어주면 어떨까?'라는 소박한 뜻으로 카페를 개설했다고 한다.
이 모임은 예상외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놀라운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 인터넷 문화의 대중화와 함께 고교생, 직장인, 중·장년층으로 그 기반이 확산됐다. 그리고 이제는 순수 관객모임으로 지역 연극발전을 위한 관객의 역할을 찾는 모임으로까지 발전했다.
처음 15명으로 출발한 회원 수가 지금은 6천여 명에 이른다. 활동도 단순히 관극 차원을 넘어 2002년에는 아마추어인 회원들이 직접 공연을 제작, 제1회 김천 전국가족연극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2003년부터는 매일신문과 함께 그해 지역의 남·여 최고 배우를 선정해오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대구 목련연극제의 관객 심사위원에 이 모임의 회원이 선정되는 등 날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처음 의도와는 달리 이 모임의 규모와 활동이 팽창하면서 한편에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순수 관객의 수준을 넘어 제도권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과 함께 회원의 자격이 열려 있는 온라인의 특성상 일부 연극인들이 참여해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동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연극인들 사이에선 "열악한 지역 극단들의 현실 속에서 단체 관극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인 동시에 올바른 비평 문화가 없는 지역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공연에 대한 여론몰이를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세상 모든 것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대구 연극에 있어서 '연극사랑 사람사랑 대구모임'의 존재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역 연극인들과 이 모임의 회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순기능은 살리고 역기능에 대해 순수한 마음으로 고민하는 아름다운 공생의 길을 모색해 보면 어떨까?
김재만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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