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승현 '위기에 강한 남자'

역시 '매직 핸드'였다.

한국이 제23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8강리그 첫 경기에서 요르단에 3쿼터까지 19점차로 뒤지다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둔데는 역전 3점슛을 터뜨린 문경은의 활약도 있었지만 누구보다도 김승현(27.오리온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1쿼터에 선발로 출전했던 김승현은 2,3쿼터에는 잠시 벤치에서 쉬다가 36-55로 뒤진 4쿼터에 다시 코트에 복귀했다.

이미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한국의 3점슛은 좀처럼 그물을 가르지 못했고 리바운드는 압도당하고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의 3점슛률이 27.6%(29개 중 8개 성공)로 요르단의 43.8%(16개 중 7개 성공)에 크게 못미쳤고 리바운드에서도 18-33으로 뒤진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4쿼터 시작하자마자 김승현이 가로채기에 성공해 양희승이 속공을 성공시키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후 김승현은 요르단 포인트가드인 오사마 더글라스를 바짝 붙어 압박하기 시작했고 당황한 요르단의 앞선은 우왕좌왕하며 실책을 남발했다.

19점의 점수차는 야금야금 줄어들어 경기 종료 3분25초를 남기고는 문경은의 연속 3점포로 47-61에서 53-61, 드디어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이후에도 김승현은 계속 상대 가드를 틀어막으며 공격 루트를 차단했고 결국 기적같은 대역전극이 완성된 것이다.

김승현의 이날 기록은 6득점에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가로채기 모두 2개씩에 그쳤지만 사실상 김승현이 코트에 돌아오면서 대역전극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은 후반에 실책이 2개밖에 없었지만 요르단은 9개나 쏟아낸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김승현의 이런 위기에서의 활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도 4쿼터 막판 '조커'로 투입돼 잇따른 가로채기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가는 일등공신이 됐고 이번 대회 쿠웨이트와의 첫 경기에서도 1점차의 접전 상황에서 4쿼터 막판 6득점을 몰아넣으며 한국을 '망신 일보 직전'에서 구해냈다.

김승현은 "위기 상황같은 때일수록 심적인 부담이 없어진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반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과시한 뒤 "요르단 포인트가드로부터 모든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에 타이트하게 공격코트부터 붙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승현은 "4쿼터 시작하면서 (김)주성이와 함께 교체돼 들어갔는데 '우리가 형들보다 젊으니까 패기있게 해보자'고 다짐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현은 이어 "중동국가들이 신체조건은 좋지만 아직까지는 기술 쪽에서 우리가 앞선다고 본다"면서 "나도 허리가 좋지 않은 상태고 다른 선수들도 몸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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