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장관이 형사재판 피고인의 형량기준을 법제화하는 양형기준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 향후 입법 과정에서 법관의 재량권 제한 문제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13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와 법무부에 따르면 천 장관은 12일 열린 사개추위 6차 본위원회 장관급 회의에서 "형사재판 형량이 들쭉날쭉하다는 비판등에 따른 사법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양형기준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개추위 김선수 기획추진단장은 "법무장관 말씀을 향후 논의에 참조하겠다"고 짧게 답변했으며 법원행정처장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천 장관의 발언은 국민의 사법참여 실시와 조서재판 폐지, 공판중심주의 등 새로운 재판환경 속에서 수사권 약화를 막기 위해 양형기준법과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 등이 필요하다는 검찰의 일관된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은 이달 초 양형기준법 초안을 사개추위에 제출했다.
대검 미래기획단이 제출한 초안은 범죄등급과 범죄경력 등에 따라 범죄유형과내용을 점수화한 뒤 '징역 1년∼1년6개월', '징역 1년6개월∼2년' 식으로 양형 범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서울중앙지법 등 일부 법원에서는 판사들 간에 '양형기준표'를 공유하고있지만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판사에 대한 법적 구속력도 없다.
사개위가 지난해 말 사개추위에 건의한 가이드라인은 '참고적 양형기준제'로, 계량화가 가능하고 정형적인 형사사건부터 가능한 한 많은 양형인자를 추출해 분석한 다음 양형위원회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사개위 건의안은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되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양형기준법이 있으면 판사가 양형기준에 어긋나는 형을 정한경우 사건 당사자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사개추위가 양형기준법 제정 추진 의지가 없다면 법무부가 따로 입법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의 '봐주기식 판결'이나 '들쭉날쭉 판결'을 외부에서 통제하기 위해선 양형기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측은 "일반적으로 양형기준이 제정되면 대부분 범죄의 형량의 높아지는 경향이 있고 양형기준법을 시행한다고 해서 양형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미국의 양형기준제도 선출직 법관의 일관성 없는 판결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이며 우리나라 법원은 관료화 돼있어 일부 '튀는 판결'을 제외하면 양형이 미국과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법원의 시각이다.
사개추위 관계자는 "천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사개추위 차원에서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는 아직 없다"며 "판사에 대한 구속력을 갖는 양형기준법을 만들지 참고적효력만 갖는 양형기준제를 추진할지 국민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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