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 그것이 궁금하다-(1)과연 안전한가

"방사선量겨우 TV 2시간 켜둔 수준…유출걱정은 기우"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이 '애물단지'에서 '귀한 몸'으로 바뀌었다. 3천억 원에 이르는 유치지역 특별지원금과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이전, 양성자 가속기 사업 등 인센티브가 유례 없이 크기 때문이다.

찬성률이 단 0.01%라도 높은 곳이 방폐장을 가져 가게 된 상황에서 경주, 영덕, 포항, 군산 등 4개 시·군의 유치 경쟁이 뜨겁다. 그러나 방폐장의 안전성과 유치 지역에 대한 지원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는 낮은 편이다. 방폐장과 관련해 궁금한 사항들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률은 3%에 불과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률 역시 2.3%에 그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는 우리나라 전력 사용량의 40%를 감당해 내고 있다. 촛불 생활로 돌아가면 모를까, 현재로서 원자력 발전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방폐성 폐기물을 저장하는 공간 즉 방폐장 건립이 추진되기 시작한 지난 1986년 이후 부지 선정작업은 19년째 표류해 왔다. 방폐장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과 두려움, 투명하지 못하고 일관성이 결여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방폐장 건립에 걸림돌이 돼 왔다. 방폐장이 안전하다고 정부가 누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방폐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방폐장 과연 안전한가.

#방폐장에서의 방사선 유출량, TV 보는 수준

중·저준위 방폐장에 저장될 폐기물은 원전 발전소에서 운전원이나 보수요원이 사용했던 작업복과 휴지, 장갑, 덧신, 각종 폐필터 등이다. 고준위 폐기물로서 매우 위험한 사용후 핵연료는 이번에 지어지는 방폐장에 일절 반입될 수 없다. 이 점은 정부가 특별법까지 제정해 못을 박았다. 또한 중·저준위 방폐장이 지어지는 곳에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짓지 못하게 명문화했다.

중·저준위 폐기물 정도라면 방사성 유출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은 기우에 가깝다.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에서 배출되는 방사선 양은 연간 0.01밀리시버트(mSv)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방사선량은 X-레이 한 번 찍을 때 나오는 방사선 양의 1/10 정도이고, 하루 2시간씩 TV를 시청할 때의 방사선 양과 거의 같다.

자연 상태의 공기에서도 연간 1.3mSv의 방사선이, 음식물에서도 연간 0.35mSv의 방사선이 나온다. 사람 몸에서도 연간 0.01mSv의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다.

#방사선 누출 사고 위험은 없나

방폐장은 천층처분과 동굴처분 두 가지 방식으로 지어질 수 있다. 두 처분 시설 모두 지진이나 호우,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안전을 고려해 설계·건설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방폐장에는 여러겹의 차단벽이 설치된다.

정부는 첨단 장비를 갖춘 환경시스템과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환경감시단을 방폐장 주변에 운영키로 했다. 운영이 끝난 방폐장은 폐쇄후에도 300년 간 감시·관리된다. 300년이 지나면 방사성 폐기물은 일반쓰레기나 자연에서 평상시 나오는 정도로 방사선이 줄어들어 별도 관리가 필요치 않다.

#방사성 폐기물 어떻게 처리되나

원전에서 나온 중·저준위 폐기물은 일단 수집하고 분리한 뒤 운반·저장·처분에 적합하도록 압축해 고체 형태로 만들고 철제통이나 콘크리트 용기에 포장해 방폐장으로 운반된다.

어느 곳에 방폐장이 들어서더라도 중·저준위 폐기물은 해상을 통해 수송될 것 같다. 송명재 한국원자력환경기술원장은 "방폐장에 저장되는 수거물은 한달에 한 두 번 정도 해상으로 수송될 정도의 물량"이라며 "폐기물을 고체화해 처리하기 때문에 운송과정에서의 기류나 해류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방폐장, 양날의 칼

방폐장의 건설 및 폐기물 관리는 이미 해외에서 지난 30년 동안 안전성이 검증된 바 있다. 31개국에서 44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벨기에,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스위스, 캐나다를 제외한 24개국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방폐장이 없다. 현재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은 2008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

문명의 이기는 대부분 양날의 칼이다. 어떤 측면에서 가정용 LPG와 LNG는 방폐장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위험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에 의해 관리된다면 방폐장은 다른 문명의 이기보다 안전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한필수 방사능폐기물처분연구부장은 "철없는 아이들에게 맡겨진다면 LPG 만큼 위협적인 것도 없지만, 어른들이 관리하기에 별 걱정 없는 것처럼 방폐장도 그런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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