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스로 멍석 깔고 '끼' 맘껏 펼쳐야죠

대구 청소년문화한마당 기획 운영단

'대구 청소년 문화 한마당'이 올해로 6회를 맞았다. 지난 2000년 청소년들과 교사 등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청소년들의 올바른 문화 축제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지 벌써 6년을 맞은 것. '대구 청소년 문화 한마당'의 가장 큰 차별성은 청소년 스스로 축제의 기획자가 된다는 점이다. 100여 명의 학생들이 자원봉사자 혹은 공연 기획단으로 참가해 아이디어를 내고, 축제를 진행한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고, 부족한 점도 있지만 그 또한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축제의 매력. 한창 준비에 바쁜 '청소년 기획운영단'을 만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청소년 놀이 마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기획 회의는 어려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1일 오후, 대구 남산동의 '우리세상' 사무실에는 휴일인데도 50여 명의 학생들이 제각기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10월 말에 열릴 '청소년 문화 한마당' 기획 회의였다.

1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천문반 연합동아리 회의실.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었다. '동아리 박람회'에 참가하는 부스만 40개를 넘다보니 남들과 차별화되는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의를 한다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는 않는 노릇. 몇 시간째 그럴듯한 기획안 하나를 내놓지 못한 채 끙끙거리고 있었다.

"OX퀴즈를 하면 어떨까?" 의견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반박이 쏟아졌다. 중구난방 떠들기는 하지만 모두가 입맛만 다실 뿐. 추석 연휴와 중간고사 등을 생각하면 일정이 빠듯해 빨리 기획안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마음에 조바심만 큰 탓이다. 현종문(대구고 2년·천문반 의장)군은 "여럿이 모이면 금세 해결될 줄 알았는데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끼리 모든 걸 의논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힘들다"고 말했다.

▲ 시키지 않아도 척척

'청소년 문화 한마당'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문화 축제다. 누가 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사회자로 나서고, 행사 진행 도우미로 바쁘게 움직인다. 윤효주(서부고 2년)양은 스스로 '영상 상영회'의 사회자를 맡겠다고 나섰다. 윤 양은 "누구 하나 남이 시키거나 대신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일을 조율해가며 축제를 꾸며가다보니 한 해 행사가 끝나고 나면 성취감과 자신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손발이 맞지 않아 어려움도 있었지만 몇 년간 노하우가 쌓이자 알아서 척척이다. 사진·수화·영상·만화·사진·미술 등 10개 분야 80여 개 동아리, 2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대구지역 연합 동아리를 구성, 서로 돕고 대를 이어가며 축제를 꾸며가고 있는 것이다.

학교 안에만 묻히기 쉬운 고교 시절에 연합 동아리를 통해 더 많은 친구들과 만나 우정을 나누고, 청소년만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자원봉사단'도 별도로 구성돼 행사 진행을 돕는다. 지난 4일 이미 5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봉사단 발대식을 가졌으며, 지금도 추가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 도약을 위한 준비

올해 '청소년 문화 한마당'은 좀 더 큰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구지역에만 한정돼 축제가 진행됐지만 올해는 다른 지역 학생들까지 함께 참가하도록 함으로써 청소년 교류를 활성화 하겠다는 계획. 이미 구미지역 고교 록 밴드와 댄스 동아리, 김천의 농구팀 등이 참가를 약속했다. 울산·창원 지역의 학교에도 축제 홍보를 계속해 참가 의사를 타진 중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 세상'의 한민정 기획사업팀장은 "대구에서는 청소년들 사이에 문화 한마당 인지도가 확보됐지만 한발 더 나가기 위해 전국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올해 영남지역 학교로 행사를 확대한 뒤 내년에는 호남·경기 등에까지 넓힐 예정이다.

한 팀장은 "청소년들만의 문화가 없다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이는 공부만을 강요하고, 소비적 문화만 보여주는 어른들의 잘못"이라며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떨치고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주다 보면 하나의 문화 코드로 정착해 대구만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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