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대구시 중앙지하상가 합의안 성실 이행을

지난 1999년 12월 31일 당시 중앙지하상가 상인 수백 명은 대구시가 중앙지하상가에 대해 일방적으로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을 위한 민간투자사업 대상'으로 고시했다는 내용을 신문 지면을 통해 알게 되었다. 곧 그날이 분쟁이 시작된 첫날이었다.

중앙지하상가 상인들은 대구경실련과 16개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분쟁의 시점부터 지금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시에 이 사업은 반역사적·반시민적 사업이며 지역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실시협약 파기를 주장하는 대구 사회 초유의 장기 분쟁으로 돌입했다.

그동안의 과정은 사연이 너무 많아 중략하고 장장 만 5년 8개월째 도심 한가운데에서 중앙지하상가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투쟁을 해온 끝에 상인들과 지역시민사회는 대구시를 상대로 6년째 긴 싸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합의안을 만들었다. 지난 2004년 3월 대구시와 시민사회단체 및 변호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쟁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약 1년 반 동안 수십 차례의 조정 협의 끝에 지난 8월 8일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8·8 합의가 지니고 있는 정신과 의미는 무엇일까? 그동안 우리 지역사회에서 특정사안에 대해 대구시라는 지방 정부와 시민사회 간에 수많은 갈등과 반목이 있는 과정 속에서 대립하면서도 조금씩 진일보하고 있다는 표본이 된 것이다.

중앙지하상가 상인들은 분쟁 해결과 합의가 가지고 있는 정신과 의미에 대해 누구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구시는 중앙지하상가 관련 민간투자사업에 많은 법적 오류를 범해 왔다. 그 오류를 이제 소중한 합의 내용과 정신을 바탕으로 대구시와 현 사업시행자인 (주)대현실업은 지체없이 이행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대구시는 그동안 상인들에게 본 사업과 관련하여 상당한 신뢰를 잃은 것을 감안해 이번 조정위원회의 합의안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번 합의 이행을 시민사회로부터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신영섭(대구 중앙지하상가 3지구 번영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