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추석, 그믐달 추석!"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추석 대목경기를 놓고 재래시장과 백화점·할인점간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가 하면 추석선물 편차도 갈수록 벌어지는 등 양극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추석 상여금을 두둑히 받거나 추석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는 한편에선 추석 귀향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재래시장 '울상', 백화점·할인점 '웃음'=추석이 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구 재래시장에는 좀처럼 추석 대목경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추석이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이른데다 불황 탓에 제수용품 등을 장만하는 손님이 줄어 평소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윤종식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회장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조금 늘었지만 예전에 4개 샀던 사람은 3개, 3개 샀던 사람은 2개로 구매량을 줄이는 바람에 전체 매출은 하향 추세"라고 털어놨다. 전무일 대원식품 대표도 "7만~8만 원씩 제수용품을 구입하던 사람들이 요즘엔 5만 원어치만 사는 경우가 많다"며 "작년에 다소 살아났던 명절 대목경기가 다시 실종됐다"고 얘기했다.
서문·칠성시장 등의 건어물과 수산물, 과일 등 제수용품 취급 점포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나 아동복·숙녀복·생활용품 등의 가게는 썰렁할 정도로 발길이 뜸하다. 작년 추석에 비해 매출이 50%선에 머무는 가게가 많다는 게 한 상인의 전언.
명절이면 옷이나 생활필수품을 사는 고객들로 붐볐던 동성로 역시 추석 대목경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유득종 동성로상가번영회 총무이사는 "불황에다 기온마저 높아 추석빔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며 "예전엔 명절 대목경기가 열흘 전부터 나타났는데 요즘은 2~3일 전부터서야 미약하게 나타날 정도로 대목이란 말이 추억 속의 얘기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백화점·할인점 등은 추석 매출이 작년보다 증가세를 보이는 등 대목경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구·동아·롯데 등 백화점들 상품권 판매량이 작년 추석에 비해 5~15%가량 늘어났으며 추석 선물세트도 품목별로 5~30%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할인점도 작년 추석보다 판매실적이 나아져 신세계 이마트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선물세트 판매량이 13%,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15% 이상 각각 증가했다.
▲추석선물도 '양극화'=백화점·할인점들에 따르면 서민층과 부유층간 소득격차 확대를 반영, 명절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경우 3만 원 이하의 저가 선물이 작년 대비 10%의 다소 낮은 판매증가율을 보인 반면 20만 원 이상의 고가선물은 30%대의 높은 신장률을 나타냈다. 3만 원 이하 품목 중에서는 멸치·김·비누 등 생활필수품 선물이 인기이고, 20만 원 이상의 품목중에서는 굴비·정육·건강식품·더덕·송이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특별판매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두드러져 대구백화점에는 고가 선물로는 15만∼20만 원대 양주세트, 20만∼30만 원대 갈비세트, 30∼50만 원대 굴비세트가 많이 팔리고 있다. 반면 1만∼2만 원대의 저가 선물로는 커피, 참치, 식용유, 참기름, 세제류, 민속주, 손수건, 양말, 비누 등 생필품들이 많은데 관공서나 일반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주문이 대다수다.
▲추석 보너스 '120% 대 0%'=지역 한 차부품업체에 다니는 ㅇ과장은 추석을 앞두고 120%의 상여금을 받았다. 납품물량이 많은 현대차의 파업으로 회사 사정이 예년에 비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수출이 나쁘지 않은데다 그동안의 실적이 괜찮아 예정대로 상여금 지급이 이뤄졌다. 상여금 외에 회사가 추석 직전에 상품권을 별도로 준다는 얘기도 들었다. 지난 달에 이어 9월, 10월까지 이어지는 상여금 행진, 그리고 상품권에다 연말엔 성과급도 예정돼 있어 ㅇ과장은 "기분이 좋다"고 귀띔했다.
반면 대구 달성공단의 한 제조업체에 다니는 ㅁ씨는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울쩍하다. 명절에 돈 들어갈 데가 많지만 수심에 가득찬 사장을 보면 상여금 얘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지난 해까지 '어김없이' 나왔던 100% 추석 상여금이 올해엔 아직 소식이 없다. 자칫 빈손 귀향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마음만 답답하다.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주지 못하는 사장의 마음도 숯검댕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유가 등으로 인해 자금사정이 최악이라며 안타까움만 토로했다. "내수는 주저앉은 채 일어날 줄 모르고, 환율은 엉망이고, 기름값은 뛰고…. 추석이 코앞인데 상여금 지급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너무 불투명합니다. "
한편 대구경북지역 6천5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입주 업체들 가운데 올해 추석 상여금 지급률은 80%를 겨우 넘어 추석 상여금 지급률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떨어졌다. 이들 업체 중에서 기본급 대비 100%의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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