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갈등과 대립을 부르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러나 불과 2년도 안돼 분위기는 확 바뀌어 '모셔가기'의 대상이 됐다. 경북 경주·영덕·포항과 전북 군산 등 4개 시·군이 방폐장 유치에 나섰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엄청난 인센티브 때문이다.
# 유례없는 인센티브
특별지원금 3천억 원과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사업 등 정부가 제시한 '당근'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방폐장 건설에 따른 특별지원금 규모로 볼 때 대만은 1천억 원을 제시한 상태이며, 캐나다는 300억 원, 기타 지역은 200억 원 미만의 지원금을 정부가 내놨다. 또한 방폐장이 유치되는 시·군에는 연간 85억 원가량의 반입 수수료가 지원된다.
시·군들은 방폐장 유치를 지역경제의 돌파구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규모의 지원책은 시·군의 경제 상황을 단번에 일신시킬 수 있을 만한 위력을 지녔다. 경북도도 100억 원의 특별 사업비를 유치지역 읍·면을 중심으로 주민숙원 사업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 3천억 원의 위력
특별지원금 3천억 원은 방폐장 유치 지자체에 사업초기단계에 집중 지원된다. 이 돈은 관할 시·군이 유치지역지원사업 특별회계를 만들어 관리·운용한다. 기초지자체의 연간 예산 가운데 고정경비와 계속사업비를 빼고 나면 지자체장이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연간 100억~300억 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3천억 원이라는 돈은 '군침 도는' 재원이라 할 수 있다.
특별지원금은 방폐장 설치지역의 5km 이내에 위치하는 다른 시·군 읍·면·동의 발전에도 쓸 수 있다.
#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방폐장이 지어지는 지역에는 한수원의 본사가 3년 안에 이전한다. 한수원 본사는 10만 평 규모의 부지에 지어지며 건설 및 이전 사업비가 1천200억 원에 이른다. 본사 근무 인원은 900명이며, 본사 이전에 따른 지방세 수입은 연간 42억 원.
자산 규모로 볼 때 한수원은 21조619억 원으로 포스코(21조7천133억 원)와 거의 맞먹는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5조5천128억 원, 2005년 예산은 2조2천473억 원 규모다. 거래 관계가 있는 협력회사가 2만여 업체에 달한다. 때문에 한수원 본사가 이전되는 곳은 원자력 유관산업 유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경북으로 이전이 결정된 한국전력기술(본사인원 1천700명)의 경우 총 매출액 가운데 40%가 한수원과의 거래에서 발생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여서, 방폐장 유치 지역으로의 개별이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 양성자 가속기 사업
방폐장이 들어서는 시·군이 속한 광역도에는 양성자 가속기 사업이 추진된다. 미래 첨단산업기술발전의 핵심 기반 시설로서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2002~2012년의 사업기간 동안 1천286억 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며 시·군 유치시 1조4천539억 원의 직접 경제적 기대효과와 1만2천여 명의 인구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방폐장이 들어서는 도의 어느 곳이든 들어설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방폐장이 유치되는 시·군에 입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는 양성자 가속기 사업 유치시 1천100억 원 규모의 재정 부담을 져야 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사업참여·협력기관의 공동 부담과 정부 지원 등으로 유치 시·군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실제 시·군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 범 정부적 지원
방폐장 유치지역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유치지역지원위원회가 구성돼 유치지역 지원계획 등 주요사항을 심의한다. 2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여기에는 정부각료 5명과 유치지역 관할 도지사, 시장·군수 등이 포함된다.
방폐장이 들어서는 곳에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 동해안에 방폐장이 유치되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도 7호선 확장 개통과 동서 6축 고속도로 조기 개통 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 화장실과 휴지통론(論)
원자력발전소라는 고위험 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는 경북 동해안의 경우, 방폐장 건설은 기피·혐오시설(원전)을 떠안고 사는 데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다. 화장실(원전)이 있는데 여기서 나온 휴지통(방폐장) 하나 더 들이는 셈. 휴지통을 들이는 대신 집(해당 시·군)을 확 뜯어 고쳐주겠다는 정부 제안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만약 원전만 잔뜩 끌어안은 채 인센티브인 방폐장 유치에 따른 지원책만 전북 군산에 빼앗길 경우, 지역민이 겪게될 허탈감과 상실감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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