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배 두드릴 일만 남았다.
지난 5일 개봉, 극장가 인기 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 2'(감독 정용기,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로 꿈을 이뤘다. 이젠 '배우' 탁재훈이다.
"고등학교 때 결심했죠. 영화배우가 되겠다고. 그래서 연극영화과 시험을 봤는데 낙방을 하고 말았어요."
88년 영화 '마부'의 연출부 막내로 첫발을 내디뎠다. 백일섭의 옷을 관리하는 게 주 업무였다. 93년 영화 '혼자 뜨는 달'에 출연했지만, 극장 간판은 일주일을 버티지 못했다. 95년 가수로 '종목'을 바꾸고 98년 컨츄리 꼬꼬를 만들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래도 꿈을 접을 순 없었다.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와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 우정 출연하면서 연기 갈증을 달랬다.
"'가문의 위기'의 석재 역은 제가 따낸 거나 다름없어요."
조폭명문가인 '백호파'의 둘째아들인 석재는 영화에 악센트를 찍어주는 역할. 주먹보다는 여자에 더 관심이 많고, 입만 열었다 하면 허풍이 쏟아져 나온다.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스케줄을 정리하는 사이, 다른 배우가 경쟁자로 떠올랐다. "일정 조정이 힘들면 다음 기회를 보자"는, 사실상 '퉁'하는 제작사 전화에 '배 째라' 정신으로 버텼다.
그리고 실전. 평소 거울 앞에서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보던 습관이 큰 힘이 됐다.
"사람들의 특징적인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스타일이에요. MC를 볼 때도 관객들의 표정이나 몸동작을 눈여겨보곤 했죠."
지인에게 부탁해 전라도 사투리 대사를 모두 녹음했다. 입에 달라붙을 때까지 촬영 내내 듣고 또 들었다. 등에 문신을 하느라 4시간 동안 시달리기도 했다. 그래도 힘든 줄 몰랐다.
"팀워크가 워낙 좋았잖아요."
무대에 셀 수 없이 많이 서 본 그였지만 시사회 때는 떨려서 기자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개봉 후에야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쏟아지는 칭찬에 뿌듯할 뿐. 애드리브인지 대사인지, 연기인지 실제 모습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능청스러운 발군의 연기력을 보였다는 평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쿵푸 허슬' 등 주성치 영화를 가장 좋아해요."
물론 이제 막 첫발을 뗀 만큼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볼 계획. "비열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게 배우 탁재훈의 또 다른 꿈이다.
추신: 극 중 플레이보이인 탁재훈은 실제로 '식목 사업'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참고로 식목일을 챙겨본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그럼 '나무 심는 일'엔? 글쎄,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식목사업'의 '가문의 위기'적 정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밝히지 않는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 no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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