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뿌르 암베르성에 가기 위해 사이클릭샤를 탔다. 오토릭샤나 버스를 타려다 계속 나를 따라 붙는 왈라에게 마음이 약해진 게 잘못이다. 10여㎞나 떨어진 언덕 위의 성을 사이클릭샤로 가다보니 뜨거운 햇살에 복사열까지 더해져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숨이 막힌다. 왈라의 힘겨움은 오죽하랴 싶어 마음이 불편하다. "네게 너무 힘든 일이야. 그냥 되돌아가자. 나 안가도 되거든." 왈라는 "노 프라블럼. 아임 스트롱맨. 마이 릭샤 헬리콥터"라며 씩 웃는다.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어떻게 저런 환한 웃음이 나오는 걸까.
드디어 고대하던 낙타 사파리. 그런데 혼자 가기에는 아무래도 안전이 걱정된다. 동행을 물색하다 간신히 프랑스인 커플과 팀을 이뤘다. 나의 파트너는 입냄새 고약한 펩시(낙타 이름). 완전히 고삐 풀린 망아지상이다. 여차여차 뜨거운 햇살에 맥반석 계란이 돼가며 사막으로 향했다.
구름은 가볍고 바람은 맑았지만 내리쬐는 태양열에 숨이 막히는 곳. 가도가도 끝없는 길을 벌써 열시간째 낙타를 타고 가는 중이다. 엉덩이가 아파서 옴지락거리면 펩시는 잘디잘디(빨리빨리)로 오해하고 달린다. 도대체 사막다운 사막은 어디에 있는 거야. 그런데 거짓말처럼 펼쳐진 샌드 둔(모래언덕). 해질 무렵 나타난 샌드 둔은 가히 장관이다. 모래언덕 위로 지는 해를 보고 있자니 너무도 아름다워 가슴 벅차다.
사막에서 모닥불을 피워 저녁을 차려낸 바투(낙타 몰이꾼 이름)의 정성은 고맙지만 지독한 감기에 훌쩍거리며 콧물 질질 풀어낸 손으로 주물럭거린 걸 아는 터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계속 권하기에 마지못해 가장 깨끗해 보이는 짜파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우지직' 순전히 모래범벅이다. 그래도 어쩌랴 시장이 반찬이라는데. 모래언덕에 누워 별자리가 수놓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수많은 별이 내 눈으로 쏟아진다. 옆에 누운 프랑스 커플의 소곤거림도 정겹고 바투의 부시럭거림도 외롭지 않다. 별똥별도 하나 둘 떨어진다. "아,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더없이 좋은 사막의 밤이다.
별똥별을 헤아리다 잠든 나를 깨우는 건 발가락 간지럽히는 쇠똥구리(낙타 똥구리)다. 해가 뜨고 있다. 놓칠 수 없는 장관을 제대로 보기 위해 일어나려는데 전신이 쑤시고 결려 움직일 수가 없다. 바투가 왜 그러냐 묻는다. 허리 결리고 엉덩이 쑤시고 팔·다리·어깨 안아픈 곳이 없다는 걸 설명해야 하는데 목마저 따끔거린다. 몸살이 난 것이다. "나, 죽을 거 같아." 바투가 피식 웃는다. 돌아갈 일이 태산이다. 펩시만 쳐다봐도 진저리가 나는데. "그럼 여기서 며칠 푹 쉬어. 나중에 데리러 올게." 에구, 내가 말을 말아야지. 설마 이러다 죽지는 않겠지. 돌아가서 병원신세를 지더라도 사막에 어린왕자처럼 혼자 남겨질 순 없지 않은가. 이를 악물고 펩시에 올랐다. 바투가 한국노래를 안다기에 한번 불러보랬더니 "~뽀뽀해주세요. 앞 이빨이 부서지도록. 꼭 안아주세요.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이란다. 어이가 없다.
환상적인(?) 낙타 사파리에서 돌아와 제셀메르성을 돌아보는데 어디선가 구성진 노랫소리가 들린다. 명창이 따로 없다. 너무 듣기 좋아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도락이란 악기로 연주하는데 마치 우리나라 장구처럼 생겼다. 퉁퉁 튕겨보니 재밌다. 꼬마 아이는 박자를 맞춰 노래를 잘도 부른다.
하루에 백번쯤 "노 프라블럼"을 듣고 하루에 열번쯤 "빅 프라블럼"이라 외치던 인도여행이 마무리되고 있다. "엄마 없는 아이를 혼자 보내는 것처럼 어머니 혼자 한 달이나 여행을 하신다는 게 걱정이 되요. 하지만 어머니께 좋은 추억이 될거라 믿어요." 혁준이의 말이 여행하는 동안 큰 힘이 되었다. 오랫동안 간직하게 될 소중한 추억들과 인연, 값진 경험을 하게 해준 매일신문사와 고나우여행사에 감사한다.
노경희(주부)
★다음주부터는 2차 배낭여행 독자이벤트의 두 번째 선발자 안주희(24·여·대구 북구 산격2동)씨의 '동남아 미술여행'이 이어집니다.
*후원:고나우여행사(www.gonow.co.kr, 053-428-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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