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박인로(朴仁老·1561~1642) '조홍시가'(早紅枾歌)

추석이 다가옵니다. 조상을 생각하며 효(孝)의 의미를 새겨 보는 것이 명절의 뜻일듯 하여 이 시조를 떠올려봅니다. 조선조의 시인 박인로가 당대 명신 한음대감 댁에 갔다가 접대로 내놓은 홍시를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옛날 중국의 육적회귤(陸績懷橘)의 고사(故事)를 연상해서 지었다지요.

그의 효심이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고 눈시울을 적시게 합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를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는 옛 글귀처럼, 자식들이 진정으로 어버이의 은혜를 깨닫고 섬기려 할 때는 이미 돌아가신 다음이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자 그대로 백가지 행동의 근본이며 우리에게 내려진 무상명령임에도 불구하고 효를 실천하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요?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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