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경북도는 시기적으로 방폐장 유치 경쟁에 늦게 뛰어든 데다 군산 한 곳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북도와 달리, 도내 3개 시·군이 경쟁하고 있어 어느 한 곳에 몰아주기식 지원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이번 주민투표에서 호남 특유의 투표 응집력이 재현될까 봐 내심 걱정하고 있다. 더욱이 경북지역은 호남에 비해 전통적으로 반핵 단체의 목소리가 크고 조직적이라는 점도 핸디캡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경북도는 요즘 전 행정력을 방폐장 유치에 쏟아붓고 있다. 이의근 도지사는 모든 실·국장들에게 방폐장 유치를 위한 보고부터 하라고 채근하고 있다. 경북도는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여론조사에서 영덕이 군산과 허용오차 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다, 경주와 포항의 분위기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
경북도는 유권자인 주민들이 방폐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각종 자료를 지원하는 등 시·군에 대한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북도는 각급 단체들의 유치 지지 성명을 유도하고 있으며 도청 직원들을 대거 동해안 시·군에 풀어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이의근 지사도 14일 경주와 포항, 영덕을 잇따라 방문해 유치를 독려했다. 이날 이 지사는 "이번 방폐장 유치만큼은 반드시 성사시킨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라며 "유치에 필요한 도 차원의 별도의 전략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홍보 활동이 금지되는 16일부터는 유치 시·군, 전북도와 마찬가지로 경북도도 사실상 손발이 묶이게 된다. 그렇다고 속수무책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 경북도는 찬성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홍보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다각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김용대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앞으로는 주민투표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을 위반하지 않고 방폐장과 관련된 사실 관계를 언론 등을 통해 알리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 경주시
방폐장 유치와 관련해 경주지역의 분위기는 지난 12일을 기점으로 매우 밝아졌다. 비공식 여론조사에서 찬성률이 70%에 근접했다는 설이 나돌고, 읍·면·동 바닥을 훑고 있는 공무원들과 유치위 측 인사들이 '찬성세 확산을 피부로 느낄 정도"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경주의 전략도 '승세(勝勢)를 잡았다. 격차를 더 벌리자'는 쪽으로 가는 듯하다.백상승 시장은 13일 방폐장 후보지로 반대 여론이 가장 거센 양북면에서 설명회를 가졌고 14일 강동면을 끝으로 읍·면·동 순회설명회 일정을 마무리한 데 이어 지금까지 이어온 직능·사회단체 등과의 집단 접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주시청과 의회를 중심으로 한 사실상의 방폐장 홍보요원은 1천400명의 공무원을 비롯해 국책사업유치위 및 각종 단체 관계자 등 2천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의회-본청-읍·면·동-마을 단위 추진위원'이 점조직 형태로 연결돼 활동하는 담당구역 홍보제는 "경쟁지역들이 형태는 모방해 갔으나 실질적인 파괴력까지 모방할 수는 없다"는 말이 돌 정도다.
1천100명의 월성원전 직원들도 경주의 큰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월성원전 직원들은 양남, 양북, 감포 등 원전과 방폐장 후보지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지난 9일부터는 시내지역으로 진출, 상인 등을 상대로 '경주 적지론'을 펴고 있다.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원전직원들은 상가와 역, 터미널 등 다중 이용 시설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경주지역 기업인들도 지난주 후반부터 유치 전면에 나섰다. 이는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대해 반대 측의 이의 제기가 만만치 않은데다 주민투표가 공표되면 공개적인 활동이 완전히 제한되는 공무원들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한 전략이다.
황대원 경주상의 회장은 "용강공단 등 지역기업체 대표들과 협의해 투표 당일 직원들에게 충분한 투표시간을 부여해 찬성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 포항시
"2등은 필요 없다.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장식 포항시장은 14일 오후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방폐장 유치 시민결의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포항시는 사실 지금까지 일부 유치추진위원들조차도 타 시·군에 비해 방폐장 유치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다는 여론 때문에 속앓이가 심했다. 하지만 추석을 지나고 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특히 시는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철강공단 근로자 대다수가 아직 찬·반 의사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2일 이원걸 산자부 차관이 포항을 방문했을 때 정 시장과 함께 포스코를 방문, 임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양용주 국책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추진위원들도 철강공단 근로자들의 마음을 찬성 쪽으로 돌리려고 집중 공략하고 있다. 포항상의의 지지성명 발표 등이 있은 14일을 기해 공단 근로자들의 분위기가 찬성 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
시는 포항이 유치 활동을 가장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유치 찬성 분위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가지 지역은 대다수가 찬성 쪽으로 기울어진 반면 청하, 기계, 기북면 등 일부 농촌지역은 환경단체 등과 연계해 반대 분위기가 아직 높다는 것.
한편 투표발의일(10월 4일 예정) 이후부터 주민투표일(11월 2일)까지는 국책추진위 및 읍·면·동 추진위를 중심으로 소규모 자생단체와 각종 모임을 찾아다닐 계획이다.
주민을 설득할 때에는 '포항에 방폐장이 올 경우 제2 영일만의 기적, 즉 인구 80만의 세계적인 첨단과학도시로 포항 발전을 10년 앞당길 수 있다'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기로 했다.
포항시청 첨단과학과 김규만 담당은 "문제는 찬성률이다. 농민단체 등 일부 농민들이 반대하고 있으나 찬성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군산의 경우 70% 정도의 찬성률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있는 만큼 군산을 따라잡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msnet.co.kr
◇ 영덕군
영덕군내의 방폐장 유치 열기는 지난 8월 29일 영덕군의회가 방폐장 유치동의안을 가결한 후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유치를 신청한 4개 시·군 중 영덕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포항·경주보다 다소 출발이 늦었지만 영덕이 주목받는 이유는 주민투표에 참가할 유권자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데 있다. 9월 현재 영덕군의 인구는 4만7천여 명으로, 이중 주민투표 자격이 있는 인구는 3만5천 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유권자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다른 지역보다는 군민 설득이 수월하다.
또한 영덕군은 농어촌 지역인데다 마땅한 제조업체가 없어 군청이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군청의 입김이 그 어느 지역보다 잘 먹혀드는 구조인데 현재 발로 뛰고 있는 군청 직원이 500여 명을 넘는다. 여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일선의 각 조합과 사회단체가 속속 찬성진영에 참여하면서 지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김병목 영덕군수도 '올인'하고 있다. 최고 찬성률을 올리는 읍·면에 숙원사업비 10억 원을 지급키로 하는 한편 담당 직원은 인사상 인센티브를 주기로 약속하며 강행군하고 있다.영덕군은 또 204개 전 부락에 걸쳐 공무원들을 명예 이장으로 위촉, 거의 매일 출장보내는 등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덕군과 범 영덕군방폐장유치위의 향후 전략은 반대진영 인사들을 집중 설득하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찬성 홍보는 그대로 계속해 나가겠지만 반대 인사들을 설득하지 않고서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읍·면 별 반대 진영의 주민들과 주변 인사들을 이미 점검해 각종 연줄을 동원, 방폐장 영덕 유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규 범 영덕군방폐장유치위 사무국장은 "인구가 적어 유리한 점도 있지만 반대운동도 그만큼 쉬울 수 있는 점이 있다"면서 "선출직 선거 치르듯 한 집 한 집 다니면서 방폐장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 4개 시·군 경쟁에서 마지막 고지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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